'2012/03'에 해당되는 글 25건

  1. 진보신당의 총선 슬로건 2012/03/30
  2. 부품 (8) 2012/03/29
  3. 순서 2012/03/28
  4. 서울 구럼비 콘서트 3/31 17시, 홍대에서! 2012/03/26
  5. 김연수의 "원더 보이" 2012/03/26


"다른 당이 간판을 바꿀 때
 진보신당은 삶을 바꿉니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뒤흔드는 슬로건.









2012/03/30 11:29 2012/03/30 11:29

부품

from 생을 말하기, 산문 2012/03/29 22:46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갈 때면 맨 먼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휴대폰의 날씨 위젯(widget)의 기준 지역을
전주에 맞추는 일이다. 대개는 견훤성지가 있는 교동에 때로는 모악산이 자리한 중인동에.

대개 전주는 서울보다 기온이 2도 정도 높고, 분지 형태로 되어 있어 바람도 덜 부는 편이다.
여름에는 더위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열섬 현상으로 아주 뜨겁지만 그밖의 계절은 서울과 비교하면
상당히 포근하다 할 수 있다.

일전에 영화제 집행위에서 일했을 때에는, 동국대 부근의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전주에는 팀장 회의차 1달에 1~2번 내려가는 정도였다. 단, 영화제가 시작되는 4월에는
모든 스텝이 전주에서 근무해야 하므로 4월 초순부터 한달 반 가량을 전주에서 기숙했다.
집행위에서 얻어준 방에서 잠만 자고, 영화제가 폐막할 때까지 줄기차게 야근을 거듭하는 것이
매해 4월의 일과다. 가끔 전주에 내려가는 일과는 다르게, 개막일을 카운트다운 하면서
한달 반을 잠자는 시간 빼고 사무실에서 일하노라면 진이 빠지기 일수였다.
영화의 거리 부근 가맥집이나 삼천동, 서신동 막걸리촌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 외엔
따로 낙이 없었다.

전주에 마음을 사로잡혔던 것은, 몇 년 전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일하면서 게스트로 초청받아
전주영화제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다. 전주가 틀어주는 영화도 하나같이 훌륭했고,
저녁이면 게스트들을 모아 풍성하게 차려주는 밤의 파티도 근사했다.
무엇보다 영화제에서 일하는 스탭들이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열성적이었던데다
영화제와 상관없는 식당들에서 보여주는 푸근한 친절이 특별했다.
아침이면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뜨끈한 콩나물국밥, 5천원(지금은 6천원)에 테이블이 가득차도록
40여가지 반찬을 깔아주는 백반집도 감동적이었다. 전주에 사는 후배 하나와 깊이 인연을 맺게 되면서
영화제가 끝나고도 줄기차게 전주를 놀러다녔다. 서울에서 우울해지면, 그냥 터미널로 가서는
고속버스를 집어타고 전주 영화의 거리를 한 바퀴 돈 다음, 후배와 가맥 몇 잔을 나눠마신 후
밤기차로 서울로 올라왔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종로에 눈이 펑펑 내리던 초겨울 어느 금요일, 불현듯 병이 도져
버스편으로 전주로 내려왔더니 전주는 아직 따뜻하여 기분좋게 밤 산책을 즐겼던 날도 있었다.

그때, 내가 전주에 가졌던 인상은 따스함이었을 것이다. 전주에게도, 전주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러다 인연이 닿아 전주영화제 집행위에서 일하게 됐다. 지방 특유의 텃새가 있어 어울리는 일이 쉽지 않아
무척 고생했던 초반이 생각난다. 그래도 전주는, 전주 사람들의 품은 변함없이 푸근했다.
언제나 곁을 지켜주면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준 후배 P, 적응하지 못하고 난관에 봉착했을 때
술자리에서 고민을 토로하자 그 자리에서 형님으로 삼아주면서 끝까지 예의와 대접에서 극진했던 K,
늘 온화한 얼굴로 속내를 들어주었던 S, 본인이 가장 힘들면서도 항상 나를 먼저 도와주려고 했던 K,
내가 일하고 싶다고 하자, 면접조차 보지 않고 합격통보를 해주고는 후방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던
H형까지....

전주영화제 집행위에서 근무하면서,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전주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맡은 건 영화제 일, 어쩌다 다른 곳에서 청탁이 오곤 해도 전주에서 영화제 주관 업무 말고
원고작성을 본업으로 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다 우연히 전주와 영화제의 배려로 전주에 관해 끄적일 수 있게 됐다. 영화제 일과 원고 작성
두 가지가 모두 제안이 왔지만, 나는 원고 일을 선택했다. 그게 영화제 근무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부분이 있어도 모두 감수할 수 있었다. 그건 내 오래된 욕망이고, 현실을 꿈과 중첩하는 일이니까.
한계를 절감해야 하지만 그걸 무릅쓰는 만큼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이니까.

여전히 내 주소는 전주에 있다. 그렇지만 기존에 하고 있던 일이 있어 서울과 전주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신세가 됐다. 한달의 반은 전주, 나머지 반은 서울. 워킹화와 등산복을 입고, 등산배낭에는
물통과 노트북, 세면도구를 챙겨서는 전주의 이곳저곳을 밟는다. 서울에서도 도서관을 찾아
전주를 읽어 정리해두고, 인터넷으로 지역 신문과 잡지, 전주 정보를 갈무리한다. 늘 전주 지도를 펴서
내가 걸었던 곳, 행여 빠뜨렸던 곳을 체크한다. 나는 3년 전, <제주 풍경화>를 냈을 때와 같은 자세로
전주를 준비하고 있다. 나도 변했고 세월도 흘러, 원고는 제주의 그것과는 색깔이 많이 다르다.
새로운 글을 쓰는 건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이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한 꼭지 한 꼭지
풀어나가고 있다. 마감을 앞두고는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해 하지만,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중이다.
마침내 전주가 내 몸에, 머리에, 손에 그리고 내 문장에 붙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주에 내려가면서 휴대폰의 위젯을 바꾸는 일은 하나의 다짐같은 것이 된다. 마음과 몸을 다해
이 일에 임하겠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겠다는, 조금 더 나아지겠다는 각오.
그 위젯을 교동이나 중인동에 맞추면서 나는 몸의 부품을 갈아끼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잡지의 청탁으로 짧은 한 꼭지만 쓰는 일이 아니라 전주를 수직적으로 수평적으로 다시 그리고
현재를 과거와 미래와 아울러 중첩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다.
결국 나는 전주를 다시 세우는 일을 허락받았다고 믿는다. 내 세계관과 개성을 바탕으로
전주를 새로이 조각하는 일, 그것은 말 그대로 내 세계를 만드는 일이며, 속깊이 나를 긍정하는 일이라고.

위젯(widget)의 본래 말뜻은 '부품'이다. 나는 이 연재를 위해 종아리 근육과 폐활량, 우뇌와 손목을 갈아끼웠다.
앞으로는 귀와 입, 허벅지 근육과 눈도 바꿔끼우게 되리라. 글로 세우는 전주의 재건축은 사실
내 자신의 재건축이기도 하다. 그 결과는 일단 원고의 완성도로 판가름날 테지만 그 너머, 이 이야기를 마친 후에
나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인가가 더 궁금하다.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모험이지만 꼭 그만큼
신선하고 생기발랄해 질 것이다. 지난 몇 달 간, 본격적으로 전주를 누비면서 나는 이제 전주 길의 절반을
지도가 아니라 내 몸에 새겼다. 이제는 더이상 영화의 거리와 한옥마을만이 '내 전주'가 아니다. 곳곳의 산과
사찰과 산성, 시장과 건물, 사람들과 풍경이 내 속에 녹아 있다. 내 전주는 바야흐로 크게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고가 원고로 끝날 지, 그 뒤에 새로운 몸을 얻게 될 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 변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추동하고 싶었던가, 내적으로 안되면 외적 강압으로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인연이 닿았고 길이 펼쳐졌다. 성장이란 자신을 바꾸는 일, 머물지 않고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교체하는 작업.
고백하건대, 나는 전주를 사랑한다. 이 연애는 막 불이 붙었다.



2012/03/29 22:46 2012/03/2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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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from 견고한 성, 일상이야기 2012/03/28 16:14

*
오랜만에 NAL 식구들하고 수유동에서 만났다. K누나가 만들어준 마늘 스파게티를 안주로, 내가 가져간
와인 4병을 마셨다. 캘리포니아산 피노 누아(David Stone), 칠레산 까버네쇼비뇽(De Martino),
호주산 쉬라즈(Kangaroo Ridge), 칠레산 까르미네르-까버네(Yali). 부드럽고 향긋해 시작해서
급속하게 치솟았다가 강하지만 싱그럽게 풀어주고, 개성있는 마무리로 끝나는 코스.
가장 고가인 와인은 두 번 째인 칠레산 까버네쇼비뇽이었지만 순서를 잘 짜면, 하나하나가 다 특색있게
다가올 수 있다. 마지막 칠레산 까르미네르는 따로 마시면 너무 튄다 싶은 맛이지만 그 직전에 쎈 와인을
배치하면 튀는 맛은 중화되고 개성이 온화하게 부각된다. 거의 3개월만에 다시 만나 안부를 나누고
올해 계획들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네 병의 포도주는 잘 어울렸다. 그랑 크뤼 와인을 가져갔던 적도 있고,
고가의 와인들도 종종 나눠마셨지만 어제처럼 포도주가 각자 뚜렷한 색을 발하면서 자리와 어울렸던 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거기에는 날씨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다. 막 따뜻해지기 시작한 3월의 초봄 날씨.
수유동 거실은 영상 20도 정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고, 두어 시간 쯤 냉장고에 넣어 식힌 와인은
봄 저녁의 약간 서늘한 기온과 맞물려 향과 맛이 잘 피어났다. 고추가 들어가 느끼하지 않은 치즈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한 바게트빵, 첨가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크래커와 달콤짭짤한 과자도
거기 한 몫을 했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눈 것 같지도 않은데 6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춘천에 관한 책을 읽다가, 소설가 박형서가 쓴 감성적인 산문이 툭 터진 소양호의 풍광과 어울려
종소리처럼 여운 깊은 울림을 형성하는 걸 보면서 책의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미지란
이야기와 어울리는 것이 기본이고, 그 이상 이야기의 감동을 부풀리거나 환기할 수 있는 배치까지
나아가야 하는구나. 페이지 자체가 아름답게 꾸며지기 보다는, 주제와 분위기를 증폭할 수 있도록
앞 뒤 구성을 짜야하는구나 싶었다. 그 책 자체는 별로였지만, 박형서의 글은 글 자체의 힘과
그것을 떠받쳐주는 이미지의 후방 지원으로 아주 강렬한 빛을 남겼다. 좋은 출판사란, 편집자란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연출자 역할인 셈이겠지.


***
NAL 식구들은 올해 두 편의 영화를 만들 예정이다. 단편 하나는 다음 달 말에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장소 헌팅, 배우 섭외, 콘티 작업 등 사전 준비로 분주하고, 장편 하나는 창업투자사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검토중에 있다. 처음으로 단편 영화를 만드는 L형은 눈빛이 형형했고, 긴장과 작업 준비로
군살이 빠져 몸매무새까지 단단해 보였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L형을 보고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몇 번이나
자기다울 수 있을까. 인생에서 이윤이나 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위해서 몰두했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는 내 삶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삶에 감사했다.
고비가 온다는 것,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싫어하지 말자. 그것만이 삶을 성장할 수 있게 해주니까.


****
읽고, 공부하고, 걷고, 확인하고, 쓰는 삶은 행복한 삶이다. 그것을 결과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삶은 더욱 그렇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내적 완결이다.
내가 무엇에 불평하겠는가. 모든 변명을 넘어서, 그에 헌신해야 한다.
나는 아무 데도 기대고 있지 않다.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점에 거듭 감사한다.
견고하고 두터워짐으로서, 조금 더 행복해지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니.


*****
겨울이 거의 물러가는 3월의 마지막 주, 이제서야 온고을의 길들이 몸에 붙기 시작한다.
앞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지상의 지도를 이해하는 만큼만
내 글의 지도도 명확하게 그려진다. 착수하고자 하는 일이 방대해 보일 때,
조바심과 두려움은 반드시 거쳐가야 할 코스다. 이제 그 끝자락이 보인다.
앞으로는 더 재미있을 것이다. 본래 여기에 겁나거나 막막한 일들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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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2012/03/28 16:14 2012/03/28 16:14

제주가 아니고서도 서울에서 뜻을 모을 수 있는 방법.
카톨릭뉴스 <지금 여기> 기사와 행사 안내 페이지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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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야, 미안해.." 김선우 시인 등 게릴라콘서트
31일 토요일 오후 5시, 인문카페 창비에서 "시노래 콘서트-구럼비, 우리의 무한한 혁명에게"

구럼비 발파 이후에 강정마을의 평화와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김선우 시인의 제안으로 시인, 소설가들이 나서서 게릴라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3월 31일 토요일 오후 5시 ‘인문카페 창비’에서 ‘강정마을을 위한 시노래 콘서트-구럼비, 우리의 무한한 혁명에게’가 그것이다.

김선우 시인은 이번 콘서트를 “평화와 사람과 대자연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들이 모여 순식간에 만들어낸 게릴라콘서트”라고 소개했다. 김 시인은 “구럼비 바위 발파소식이 들리던 날,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줄줄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정권과 자본과 군대, 힘 가진 인간들이 저지르는 이 몰상식하고 끔찍한 파괴를 어떻게 막아낼까” 하고 전전긍긍했다.

  

김 시인은 “제주도로 날아가지 못하고 육지에 매여있는 일상이 한없이 미안했다”면서 “그렇게 미안해하며 애태우는 육지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대표 이종수)이 주관하는 이 게릴라콘서트는 장소후원부터 문인과 뮤지션의 노게런티 출연까지 순식간에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구럼비를 향한 기도’로 봉헌하는 행사다.

<순이삼촌>의 저자인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 씨는 예정된 일정을 모두 미루고 “그래야지, 구럼비를 살려야지”하며 참여하고, 소설가 김연수, 시인 진은영도 한마음이었다. 이번 콘서트에는 노래손님으로 문진오, 김은희, 솔가, 페스테자, 성미산마을합창단이 출연하며 ‘구럼비를 아끼는 젊은 작가 포럼’이 급조되어 박민정, 박준, 황인찬, 김현, 서효인 등이 참여한다.

이번 공연의 입장료는 2만원이며, 수익금은 강정마을에 보내진다. 사전예매한 관객에게는 헤르츠나인에서 제공하는 한국의 시사만화가 4인 손문상(프레시안), 장봉구(한겨레), 김용민(경향신문), 권범철(노컷뉴스)의 시사만화 브로마이드와 화가 이경화가 제작한 도자기페던트를 제공한다. (문의: jslaura@chol.com,www.artizen.or.kr 02-336-5642)


  
2012/03/26 22:10 2012/03/26 22:10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원더 보이>는 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미스터 버티고)>에서 시작해
이명박(또는 현 정권)에 대한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성실하고 정직한 작가인 김연수는
하나의 성장담을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 현대 정치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에돌아 밟으며  
그 와중에서 성 정체성을 선택하는 일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철새를 연구하는 일들을 중요한 소재로 집어넣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을 포함해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해 나가는 것이고, 부모를 잃으면서 더불어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떠돌아 다니면서도 스스로를 증명하고 기원을 만들어간다는 것일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오는 바람에 책의 초반 부분을 읽는 게
껄끄럽고 실망스러웠지만, 결말에 이르러서야 왜 작가가 이렇게나 많은 의미 붙이기를 시도하나 싶었던 게
거진 납득이 됐다(적극적으로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읽은 친구는 이 책을 두고
'한국 소설치곤 꽤 괜찮다'고 평했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이 소설이 2011년 한국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이같은 형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됐다. 소설 자체로서는 꽤 불안한 균형을 갖고 있지만
소설가로서는 반드시 쓸 수 밖에 없었던 책, 작가라는 함의가 갖는 책임과 무게를 보다 적극적으로
짊어지려고 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원더 보이"가 의미하는 게 뭔지는 알겠다. 그래도 꼭 그 틀을 그렇게까지 빌려와야만 했을까.
그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렇지만 아주 단단한 결의를, 껍질 바깥으로 의연히 드러낸 작품.
한국 문단은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이 원더보이를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겠지.
거기에 나도 지지를 보탠다. 그렇지만 그 지지는 이번 작품에 대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패기에 대하여인 것.
한정적 지지, 비판적 지지를.










2012/03/26 11:18 2012/03/26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