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와서 학교에 복학했을 때 들은 수업 중의 하나가 '문예창작 실기론'이었지요.
훌륭한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실기 전용 수업이었어요. 매주 수업 3시간동안
교수님께서 내주신 주제로 글을 써 내고, 다음주 초에는 가장 좋은 글을 발표하고 또 새로운 글을
써내는 수업이었지요. 시를 쓰기도 했고, 단편소설을 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다보니 옛날 글들이 좀 나왔는데...그때 수업에 냈던 글 중의 하나에요.
교수님이 주신 주제는 '통속'이었고, 상세하게는 "늘 가까운 데 있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성을 상상하고 그에게 프로포즈하는 편지를 써라. 단, 이 수업에서 냈던 3편의 시를 모두 다 사용하고,
통속적이되 통속적이 되지 않도록 묘미를 살려라"라는 주문이었지요. 아마도 리얼리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관해 파고들어가 보는 수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무튼 연애편지를 쓰는 과제였어요.
그때 쓴 글입니다.
날짜를 보니 1998년이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여기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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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에게.
앞으로 쓰여질 이야기는 다음의 세 편의 시를 기초로 해서 펼쳐진 희망없는 노래들이야. 그 세 개의 졸시들, 제목부터 먼저 말해지는 것이 좋겠지.
그림이 있는 풍경
빛나는 전화기
없는 길
글이라는 것에 가장 큰 욕망을 두고, 긴장을 띤 채 백지나 흰 모니터 화면을 대한 지는 좀 오래되었내. 잘 쓰여질 때도 있고, 잘 쓰여지지 않을 때도 있지. 그렇지만 이런 사적인 글, 아니 사적일 수밖에 없는 글을 쓰려 할 때 나는 가장 곤혹스럽네. 흐름을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겠지. 글 자체의 긴장 이외에, 받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겠지. '좋은 글'에 대한 공포와 '당신'이라는 공포, 이 두 개의 부릅뜬 눈 아래서 뭔가를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네. 그래서 이 글은 적어도 메일이라는 형식으로는 보내지지 않을 거야. 인터넷이나 디지털(0과 1로 리얼한 것과 언리얼한 것들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은 진정성을 담기에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나, 아주 느리게 이 편지를 쓰려고 하네.
그래, 아무리 시간을 끈다고 해서, 여러 가지를 미리 생각해 둔다고 해서 그 공포들이 덜어질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냥 이야기를 할께. 최소한의 형식으로.
1. 그림이 있는 풍경
그림이 있는 풍경1
술 잔뜩 취한 뒤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목이 타 눈 뜬 새벽,
가로등 빛살 새어들어오는 창문으로
드문드문 불켜진 산동네 머리 맞붙은 집들과
음영짙은 그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빛과 인간이 순간에 빚어낸
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완벽한 풍경화 같을 때가 있다.
사랑도 그런 것일까.
왜 하필 거기 당신이 서 있었는지,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모습,
왜 당신의 내면 드러냈는지
물 한 잔 마신 후 다시 잠들어
아침이면 모두 사라질, 아무 것도 아닌
잠깐의 착각이이겠지만
끝내 질끈 감고 돌아서버릴 수 없었던
당신, 내가 함께 있는 그 쓸쓸하고 초라한 풍경이
술 깬 지금도 못내 잊혀지지 않는다.
다만 우연이었을까 그 때, 거기와 당신,
날카로운 칼날로 그 시간 도려내 내 한 쪽 눈에
못 박아두고 싶다. 나머지 한쪽 눈은
늘 그 그림만 보고 있으리.
내가 당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래, 몇 번을 다시 물어봐도, 정색을 하고 다시 생각해 봐도 당신은 틀림없이 '이상한 사람'이야. 당신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아무리 봐도 당신의 정체는 파악할 수 없고, 아무리 가까울 때에도 당신은 일정한 거리를 가지지. 당신은, 유리벽 너머에 있는 존재야. 아무리 두들겨도 통곡을 해 봐야 당신에게는 들리지 않고, 당신은 날 보지 않고, 끝내 소통되지 않지.. 당신은 무섭고, 당신은 난해하며, 당신은 혹독하지. 당신과 있으면 늘 겨울이고, 몸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고, 매번 똑같은 병에 걸려.
당신에게는 힘이 있어. 힘이 있다고 생각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의 글을 보았을 때부터, 당신과 술을 마시거나 이런저런 삶의 고통 이야기를 풀어냈을 때부터 그, 힘은 늘 강력하게 작용해 왔어.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의 삶 주위에 떠돌게 된 것은 그 힘 때문일지도 몰라.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껴.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일까. 당신이 삶을 견디고 있다고 느끼는 것. 당신이 언젠가 이 삶을 박차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떠나버릴 것이라고 느끼는 것. 당신이 아직 당신을 전부 드러내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 그게 다일까.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당신을 만나면 시간이 급해. 처음 일을 맡은 영업사원처럼 쩔쩔매고, 늘 실수를 하고, 한없는 자괴감에 빠지지. 당신의 그런 힘은 아주 오랫동안 내게 영향을 미쳐 왔어. 나는 당신을 대비해 삶을 기른 적도 많아. 공사(公私)를 비교적 확실히 구분하게 된 것. 현실적인 능력을 축적하는 것. 술과 담배에 견디는 것. 뭐 그런 것들이 결과로서 지금의 내 삶에 남아있지. 실제 당신과 만나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자잘한 것들 또는 흔적.
그렇지만 결국은 흔적만이 삶이기도 하지.
당신과 만난 기억들은 내게 사진이 아닌 그림의 형태를 띠고 있어. 생동감과 현실성이란 두 측면에서 그 기억들은 현저하게 약점을 가지지만, 시간에 견디고 나름의 분명한 색감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그 기억들은 의미를 지니지.
당신이 있는 풍경, 쓸쓸하지만 늘 따뜻했고(당신은 아주 간혹 자신의 따뜻함을 힘겹게 드러냈었지), 미래가 없었지만 행복한 현재였고, 고통을 수반했지만 한 번도 싫지 않았지.
아주 오래 당신을 좋아한 것 같아. 사랑을 포기한 이후로도.
이상함은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가치야. 모든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신뢰는 친밀함에서 비롯돼. 그런데 친밀함은 이상함과 적대적인 위치에 놓여 있어. 그런데 왜 나는 '이상한' 당신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이상함'은 늘 나를 괴롭히고, 한 번도 편하게 만들어 준 적이 없음에도 나는 왜 못내 당신을 잊지 못하고 항시 찾는 것일까. 왜 당신과 있는 시간들만 따로 떼어진 채 그림으로 남는 것일까. 그 짧은 달콤함, 잊지 못하는 것일까. 당신은 내게 힘든 존재인데.
내가 느끼는 당신의 '이상함'은 내 천성적인 이끌림에 대한 단순한 '이름 바꿔붙이기'에 불과한 것일까. 아냐.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이상하다고 느껴. 당신의 이상함에는 당신이 내게 영향을 미치는 그 치명적인 힘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어떤 부분을 못내 포기하고 마는 것.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경주하는 것. 때로는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절제해 버리는 것. 너무 쉽게 탐닉에 빠지는 것. 나는 그것들이 주사위의 여섯 면들처럼 당신의 '이상함'을 구성하다고 있다고 생각해. 그 주사위의 핵, 당신의 이상함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종종 생각하곤 해.
문제는 내가 당신을 이상한 채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못한 채. 또는 그 거부감에 저항하면서도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내가 당신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책이라는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서의 텍스트이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것은 익숙한 언어로 통용되어 있지 않고, 보다 직접적인 영상으로 영혼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아무튼 나는 그 텍스트를 조금 더 지켜보면서 해석하고 싶어. 빨리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없이,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네.
2. 빛나는 전화기
빛나는 전화기
밤 11시 반, 땀에 절은 몸
을 끌고 지하철역 통로를 지나올 때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
다만 무슨 마술같은 잊음이라도 있어
눈 뜨면 집 안 자리깔린 침대로
이동해 있었으면, 간절히 바라보며 걸음 빨리 할 때,
흘낏 옆눈으로 쳐다 본 공중전화기가
순간, 놓인 자리 뒷면에서부터 빛나기 시작한다
그 빛, 차츰 커지고 밝아져 전화기 내부가
투시도처럼 다 비치고
그 빛, 빠르지 않지만 침착하게 주변의 사물 덮어나간다 아니
지하철역 전체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나 아연하다
오직 한 전화기만 빛난다 또는 보이는 것은
그 전화기, 환하게 빛무리져 크게 떠오른 그 전화기뿐이다.
조심스레 발을 옮겨 다가선다
그 빛, 서서히 주변을 에워싸고
나,
그 전화, 수화기 들고서 통화하고 싶다
아주 간절히
당신에게로.
두 번 째 이야기는 내 과거에 대한 헌사(獻詞)의 성격을 띤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당신과 보지 못한 시간으로서의 과거에 대한. 어차피 소통은, 단순한 꿈일 수도 있고 나로서는 그 꿈 앞에서 내 전체를 진지하게 재현해 낼 수밖에 없다. 내 현재를 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가 필요하다.
당신하고 몇 년 간 거의 보지 못한 때가 있었다. 한 3년 정도의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나는 아주 자주 전화기를 들었다. 그 전화기에 당신의 번호를 눌러 실제로 연결된 횟수와는 달리 '꿈으로서의 전화'는 내 삶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신과의 전화는 연결이 잘 되는 편이었다. 벨도 그리 오래 울리기 전에 당신이 받았고, 나는 질문을 던지고(잘 지내는지, 뭐하고 사는지), 답을 듣기 무섭게 일정을 확인하고(그렇군. 근데 요즘 바빠? 오늘 저녁은 혹시 시간 있어?), 답을 듣곤 전화를 끊는다(음...그렇군... 다음에 편할 때 다시 전화하지 또는 그럼 이따가 보자구). 거기에는 2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당신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와 용기가 필요했다. 말해야 할 사항을 잊지 않도록 메모를 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수화기를 들며, 통화가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나는 그 전화에서 내 조바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짐짓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너무 오래 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내가 질문하는 형식을 취했다. 단순한 안부가 아닌 용건(오늘 H랑 S랑 같이 보기로 했거든...)을 항상 준비했으며, 내 현재가 불안하게 일렁일 때에는 한 번도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심지어 '꿈'도 꾸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 나름의 사랑을 해 왔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에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에도 나는 당신에게 전화하고자 하는 내 마음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집착이었을까? 나는 이기(利己)를 채우면서 장식으로 당신을 갖고 싶었을까?
당신을 생각하면, 아주 오래 방황했던 내 자신이 먼저 떠오른다. 방황은 얼마나 진부한 용어인가. 그러나 방황은, 실제로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나는 그 시간을 늘 부정해 왔고, 전화가 연결된 후나, 직접 만난 후에도 늘 그 시간을 후회하곤 했다. 아, 나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나. 나는 왜 담배를 끊듯 당신을 끊어내지 못하는가.
그렇지만, 전화기는 아직도 빛난다. 5년이 넘는 시간들을 지나서도, 어떤 장소에 있어서도,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당신을 생각하기만 하면 모든 전화기는 나를 제외한 모드 사물을 어둠으로 덮어버리고 가장 환하게 빛난다.
나는 당신에게 전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그 가련한 시도를 긍정하고 싶다. 그 한심할 정도의 짧은 순간이, 내 안에서 부정이 아니라 계속 소망으로 자리잡길 원한다. 단순한 착란이었다고, 홍역같은 열병이었다고 변명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다.
3. 없는 길
없는 길 3
1.
눈이
내
리
기
시작한다 뉴스에서는 첫머리로 기상경보를 올리고
20세기 최대의 추위를 경고한다 난방기구가 동이 나는
백화점, 슈퍼에서는 라면이 매진되고 늙은이들은 버려진다
석유가 모자라는 3차 오일쇼크가 일어나고 모두들 체온을
아끼려고 입조차 열지 않는 미증유의 3월이 열린다 마침내
길은 얼어붙고 자동차는 냉장고가 되고 안팎의 온도차로
모든 유리창은 설탕처럼 부서진다 눈이 그친 후에도 추위는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매섭게 추위를 부른다 휘잉 위힝
바람은 냉동된 가로수들을 잘게 흩뿌리고 얼음들은
서로 달라붙는다 종말은 이렇게 오는 것이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불의 20세기는 이렇게 얼음으로
끝나는 것 미국도 아무런 방법이 없다
길에 쌓인 얼음들은 서로 만나고 단단해지고 거대해져
지상의 건축물을 무너뜨린다 고가도로와 육교도 허물어지고
고층의 아파트와 휘황한 성가들도 분가루로 날린다 그 위로
얼음들은 새로운 길을 만든다 엄청난 얼음기둥이 만나고
또 만나 빛나는 얼음의 다리를 만든다 아무도 꼼짝하지
못하고 동사해가는 봄, 그 다리는 나의 집에서
너의 집까지
나의 집에서
너의 집까지 오직
하나의 길을 만든다
그 길로
너에게 간다
세상 모든 길을 잊고 죽음에도 무감각하면서
그 다리와 함께 끝끝내 투명하면서 눈물처럼
다시 눈이
내
리
고
네게 얼음꽃 바쳐 생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살 것이다 그때는 당신도
내가 더 이상 차갑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
따뜻한 겨울이었다. 한 번도 혹독하지 않았다.
그래, 이제 다 왔어. 약간의 추신(追伸)이 붙을 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겠지.
앞에서 다뤘던 세 편의 졸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네. 첫째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것. 둘째는 당신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 셋째는 내 자신에게조차 문학성을 인정받지 못했으면서도 오랫동안 간직되어 왔다는 것.
그 세 가지는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합리적인 이유는 하나도 들지 못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가 길어지고, 상당히 조심스런 형식을 가졌으면서도 가장 위험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생의 몇 구비에 단속적으로 방점을 찍으면서 힘겹게 지속되어 왔다는 점.
'사적인 편지를 보내도 좋은가'라는 내 물음에 당신은 화를 냈었지. '부담이 될 일이라면 안 보내는 게 좋겠다'며.
그렇지만 이 글은 결국 쓰여질 수밖에 없었네. 이 글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 보내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 정말 할 이야기가 있지 않나?
지난 월요일, 당신과 정말로 오랜만에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난 듯 했어. 아주 긴 시간이 흐르도록 찾을 수 없었던 당신을 겨우 다시 찾은 듯 했거든.
그 술자리로 당신이 아프고, 이틀만에 얼굴을 다시 보게 된 당신은 그 시간들을 또 없었던 시간으로, 잠깐의 일탈로 자리매김해 버리려는 듯 해. 그것은 당신의 옳은 판단일지도 모르지. 나와는 무관한.
걱정할 것은 없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도 좋아. 나는 공적인 부분을 확실히 지킬 거고, 현실에서는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꺼야. 약속하지.
당신과 내가, 서로간의 그 먼 거리를 무너뜨리고 손을 붙잡은 것은 지금까지 세 번이야. 어린애들말로 삼세판이지. 나에게는 도달할 수 없는 '없는 길'이 세 번이나 있었던 셈이지. 밟으면 바로 허방이 되어버리고 마는.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내 잘못 때문이었을꺼야.
그래서 더욱 포기할 수 없었나 봐. 당신의 이상함, 또는 당신을 이상하게 보는 나의 이상함, 당신을 이상하게 봄으로써 자신을 다독일 수밖에 없는 내 진짜 이상함을 밝히고 싶었어.
그것이 아무 것도 줄 수 없을 지라도 또는 그것이 잘못된 일일 지라도
나 당신을 사랑해. 진심으로.
그래, 결국은 사랑한 흔적만이 삶이야. 그렇지 않니?
- 199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