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다, 여행'에 해당되는 글 33건

  1. 두 개의 초상 2010/07/27
  2. 나부끼다가 2010/07/25
  3. 서울, 희망의 근거 (8) 2010/07/21
  4. 정읍별사(井邑別詞) - 2010년 4월 정읍 벚꽃여행 (6) 2010/04/23
  5. 제주행 항공권 '급하게' 구하는 방법 (2) 2010/04/15


강원도 영월 동강사진박물관에서 개최중인 "동강국제사진제"에서.

기대한 부분보다는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건질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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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24일, Sony A500 무보정 리사이즈.



















2010/07/27 11:52 2010/07/27 11:52

서울에서 영월로, 영월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몽산포로, 몽산포에서 간월암으로,
간월암에서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군산으로, 군산에서 장항으로, 장항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다시 서울로, 서울에서 지리산으로, 지리산에서 다시 서울로...

올 여름, 현재까지 확정된 일정이에요.
첫 여행을 마치고 잠시 다시 서울에 들러 쉬고 있습니다.
누구나 날개를 접을 때도 있고 다시 펼 때도 있는 법.
자신만의 속도로 제 길을 가면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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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영월 장릉에서 지난 금요일에 찍은 나비 한 마리.






2010/07/25 20:29 2010/07/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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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탐침하고 있는 중입니다. 서른 일곱 해 내 생애의 거의 모든 시절을 보내온 곳,
사랑을 배우고, 흉터를 만들었으며, 눈물도 가르쳐 준 곳. 유년의 좁은 골목길과 학교를 오가던 작지 않은 길,
회사와 회사를 누비던 크고 작은 길들, 그리고 일상에 바빠 내가 놓쳐버렸던 수많은 길들.

저는 사실 이 서울을 아주 탐탁치 않아 했지요. 거리는 더럽고, 인파는 북적대며, 늘 차가 막히고
한줌의 초록빛을 찾아내기 힘든 이 도시를 그저 욕망의 집적물, 배설의 용광로 쯤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저는 틈만 있으면 서울이 아닌 곳들로 달아나곤 했어요.
제주, 안면도, 강릉, 경주, 제천, 목포, 공주, 통영, 강진, 속초, 해남, 고성, 청평, 춘천, 전주, 제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늘 얼마나 답답했던지요. 어딜 가도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과 빌딩들,
지독한 상혼으로 밤에도 붉게 타오르는 서울이 참 싫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짜 서울에서 마침내 탈출하고자 하는 중입니다.
몇 개의 후보지를 두고 집을 알아보고 있으며, 짐을 줄이고 있는 동시에, 동료를 물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내후년 쯤  주소를 옮기는 것을 목표로 그밖에도 필요한 사전 준비를 차곡차곡 해치우고 있어요.

그러던 중에 이제 제가 살던 곳, 살아왔던 지역들을 하나씩 하나씩 걸어보게 됐습니다.
북한산 자락 밑 아직 부모님이 사시는 제가 태어난 동네와 대학을 다니던 서울의 동쪽,
중간에 이사를 와 몇 년 살았던 단종과 단종비가 서로 그리워하였으며 전태일이 제 몸을 불살랐던
청계천 옆 동네,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으러 줄창 다니던 정독도서관 부근,
회사가 있던 낙원상가와 운현궁, 젊은 날 주말마다 다니던 경복궁과 창경궁, 창덕궁과 덕수궁,
친척집을 왕래하느라 자주 들렀던 아현동과 이대앞... 새록새록 솟아나는 기억들을 가지고
제가 슬픔과 환희를 더불어 누렸던 곳곳을 다시금 밟아보고 있지요. 그리고 책과 자료를 찾고
지인들을 통해 서울의 오랜 기억들을, 과거와 현재를 견주어 보고 있습니다.
서울이 통털어 어떤 의미로 각인되는지, 샛길들은 흩어지고 좁아지다가 마침내 어디로 모여드는지.

저는 제가 살았던 시절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들, 배우고 싸웠으며 일하고 사랑한 이 도시가
여전히 우리가 계속 살아도 된다는, 재개발과 이윤의 총체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가 되었으면 해요.
서울에 드리운 서글픈 역사, 강점기와 남북전쟁, 다시 사실상 식민지였던 멀지 않은 때와
민주주의의 싹이 새롭게 피어난 최근대를 아울러 수많은 기록들이 담겨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때로는 한 곳을 집중조명한 저작들을 공부하고, 종종은 통사적으로 장소의 변화를 고찰한 책들도
읽고 있으며 옛 역사와 현대의 참신한 기운이 서로 맞부딪히는 혈자국들을 거닐고 있어요.
그것은 더없이 흥미로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작업들에서 '희망의 근거'를 아직 완전한 형태로 발견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가끔은 오히려
다니고 공부할수록 암담해지거나 씁쓸해지는 경우도 생기는걸요.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생활을
집대성해 보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사실 언제쯤 마무리가 될는지도 기약할 수 없어요. 찾으면
찾을수록 갈 곳은 늘어나고 봐야 할 책들은 쌓여만 가지요. 그럼에도 예기치 않았던 순간,
서울이 지니고 있는, 간직해 온 독특하고 순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혼자 먹먹해 하기도 합니다.

네, 저는 최소한 올해는 서울을 다닐 거에요. 이 뻔한 도시, 자본의 수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서울을.
그 기록들이 차오르고 다시 차오르면 그리고 끝내 긍정할 수 있다면, '희망의 근거'로 판단된다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겠지요.

이 여름은 제가 잠시 서울 밖에서 서울을 생각하는 시간. 어느 곳이 안이고 어느 곳이 바깥인지
정해두지 않은 채 세상의 사면을 더듬고 짚어볼 거에요. 기대도, 실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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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독도서관 뒷편, 가회동 골목길에서 2010년 5월.








2010/07/21 18:23 2010/07/21 18:23

 민들레 작은 꽃씨 하나가

  만리 허공 밖을 헤매이다가

  어디메 묵정밭에 떨어져서

  눈부시게 눈부시게 피어나거든

  그게 바로 너인가고 여길지니
    - 박정만, <정읍별사 2> 중에서




지난주 목요일, 정읍에 다녀왔습니다. 전주와 광주 사이, 인구 9만의 크지 않은 소읍인
그곳은 시인 박정만의 고향이기도 하고, 소설가 신경숙이 고등학교를 나온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제게는 친한 형님의 본원으로 더 가까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그동안 저는 전라도의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계절에 한 번 씩은 전주에 들렀고, 몇 년 에
한 번 정도는 광주에 다녀왔으며, 친구의 흔적을 따라 익산에, 몇 년 전에는 앞서 얘기한
형님과 같이 해남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또, 친구들과 남도답사를 떠난 적도 있지요.
몇 번 밝힌 적이 있지만 저는 언젠가 전라도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쓸 거에요.
그건 당장의 일은 아니어서 지금은 기회나 인연이 닿는 대로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곤 합니다.

정읍은 이번이 두 번 째에요. 이전 한 번은 형님 댁에 큰 일이 있어 급하게 들른 기억이 있지만
다른 경황이 없어 인사만 드리고 온 것이라 제대로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당일치기 여행으로 계획하고 떠난 이번 정읍은 오직 벚꽃을 보러 간 길이었습니다.
네, 남자 둘이서 꽃나들이를 갔다온 거죠. 나이가 들면서 이상할 정도로 점점 더 꽃이나 나무,
새나 아이들이 좋아져요. 그리하여 다른 용건 없이, 정읍 천변에 벚꽃이 가득해 이 세상에
그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다는 풍문에 혹해 새벽에 용산역에서 무궁화로를 집어탔습니다.

형님의 후배가 차를 가져와 정읍의 바깥까지 구경을 시켜 준 덕분에 돌아오는 길이 조금
늦어져 형님의 본가에서 하루를 묵었어요. 하루종일 차를 태워주고, 목을 축여주고, 좋은 곳을
데려가주며 꼼꼼하게 설명해 준 그 후배님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그런 후배가,
친구가, 선배가, 동료가 되었으면 해요. 계산에 빠르지 않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살피고 바꿔 나가겠습니다.

제 낡은 DSLR을 가져가 사진을 좀 찍었어요. 이 사진들이 코니카미놀타 Dynax 5D로 찍은
마지막 사진들이에요.

6백만화소의, 계조가 무너지고 화이트홀이 자주 생기며, 번번히 렌즈를 인식하지 못하는
제 첫 번 째 DSLR, 너도 수고 많았어. 이제 기록용이 아니라 생활용으로, 아이 사진을 찍으며
좀 더 여유로와 지렴.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정읍 사진들과 일부의 고창읍성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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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새벽 광주행 무궁화호는 좌석에 여유가 있었어요. 편도 18,600원. 예약하지 않아도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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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에 도착하자마자 형님이 데려간 굴 전문 식당. 굴밥 정식과 굴 순두부를 시켰는데... 굴이 아주
   실할 뿐더러 그 때문인지 맛이 아주 진했어요. 제가 먹어본 굴 음식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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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먹고 나자 본격적으로 나들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봄이 내리는 연초록 길을 함께 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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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는 흐린 편이었지만 그 덕에 덥지 않아 걷는 길은 내내 시원했어요. 길 끝 저 너머가 정읍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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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구석구석에 깃들이 온 천지엔 야생화들이 가득하더군요. 노랗고 푸른 빛이 참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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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을 내려오니 바로 동네로 통하는 길...차는 지날 수 없고 사람만 오갈 수 있는 오래된
   골목들이 아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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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다 만난 어느 집 모퉁이에서...왼쪽 창틀 안에 보이는 게 뭔지 아세요? 닭을 집안에서 기르더군요.
   우리를 보고 꼬꼬 거리는 데 얼마나 신기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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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간 형님도 놀랍다며 한참을 들여다 보셨어요. 안에는 닭이 여러 마리 있었던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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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골목에서 만난 한 교회.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는데 계단길이 까마득하더군요.
   여름날 저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올라 교회에 다다를라 치면, 자연히 "주여!"가 나오겠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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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의 천변이 시작되는 곳. 다리 양 옆으로는 모두 벚꽃의 열병식(閱兵式)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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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벚꽃길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꽤 붐볐어요. 소풍 왔던 유치원 아이들이 귀여워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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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2차선 도로를 끼고 양 옆이 가없는 벚꽃길... 한 시간을 넘게 걸어도 끝나지 않는 벚나무들의 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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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벚의 분홍은 저토록 화사하면서도 동시에 우아할까요. 저는 고개를 들고 하염없이 꽃들을
   바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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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다 가게이름이 재미있어 찍어둔 사진. 전라도에서는 '거시기'가 다양한 의미로 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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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나온 트럭이 햇빛을 피하도록 잠시 꽃그늘을 덮어준 한 나무. 참 보드라운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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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의 군무는 계속 이어졌지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아름다움은 그걸 지켜본
  이들에게 의무를 갖게 하지요. 아주 따사로운 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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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한 순간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을, 평생을 두고 감사하게 되는 일이 있지요. 그래요. 이건 하나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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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벚꽃길에는 유혹이 많았어요. 장터가 서질 않나, 대낮부터 파전과 막걸리, 동동주를 헐값에
  유혹하질 않나... 참느라고 힘들었어요. 주(酒)여,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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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가 되자 구름이 걷히면서 날씨가 개더군요. 환한 가운데 벚나무들의 자태는 더욱 찬란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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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똑바로 서지 않아도, 같은 모양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 우리는 원래 각기 다 아름다운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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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동네길의 공식 명칭 자체가 '벚꽃로' 더군요. 다른 이름을 붙일 수가 없었겠지요. 어차피
  벚꽃길로 불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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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나들이를 끝내고 정읍의 구(舊) 시장으로 들어왔어요. 고속/시외버스 터미날에 자리한 시장이
  신(新) 시장, 벚꽃길 천변 옆의 오래된 장터가 구(舊)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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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구(舊) 시장도 활기를 잃지 않고 살아있더군요. 여기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다 정읍 토박이들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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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의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한 컷. 이날은 먼 데서 조카 결혼식이 있어 가게를 닫으셨어요.
   호떡 3개 천원. 2천원 어치를 사면 7개를 주신다고. 깜짝 놀랄만한 가격. 맛도 정읍 으뜸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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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이 정읍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셨지요. 서울엔 거의 멸종해 버린 음반가게가 정읍에선
  역사를 지키고 있더군요. LP, CD, 카세트 테이프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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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다리를 쉬러 들른 정읍 시기동 성당. 작지만 편안해 보이는 천주교회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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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의 유명한 헌책방, 서울서점에서. 형님은 이곳 단골이면서, 주인네 이웃이기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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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가 트럭을 몰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아주 순한 사람이었어요. 이후부터는 그가 안내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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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데려간 곳은 정읍의 큰 산인 방장산. 봄 기운 물씬한 계곡을 알려주더군요. 품이 넓고
  조용해서 꼭 빨려들 것만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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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는 키 큰 나이든 소나무들이 가득. 그 곡선이 유려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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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계곡은 놀랍게도 개인 소유라고. 농사짓는 노인 부부의 것이라는데... 특별한 취미가 많으신 듯
   신기한 모양의 트럭을 갖고 계시더라구요. 아마 아주 오래된 미제 트럭이 아닌가 싶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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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한참을 달려 고창으로 향합니다. 트럭이 멈춘 곳은 고창읍성. 저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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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적(外敵) 방비를 위해 쌓은 곳이라는데...그 규모가 엄청났어요. 성벽을 따라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운치를 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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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쌓은 축성미(蓄城美)나 성의 외곡선 모두 하나하나 음미할 맛이 나더군요. 해질 무렵 늦게 도착한
   일이 한스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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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고적한 맛은 옛 건축의 특징인 듯 해요. 인간이 만든 것과 자연이 만든 것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튕겨 밀어내지 않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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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밖뿐 아니라 성안에도 이렇게 길이 포근하답니다. 고창읍성 나들이만 2~3시간 정도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간에 쫓기면서 다니기는 너무 아까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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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안의 언덕배기들에도 오래된 소나무가 가득...아름이 굵어 제 한 몸으로는 다 껴안을 수 없는 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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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흙길을 시멘트로 덧발라놓았을 뿐인데도 걷는 일이 한 옥타브 더 즐거운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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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모자람을 거듭거듭 아쉬워하면서도 들어왔던 성문깨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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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을 나서기 전에 가까이 당겨서 한 컷. 외벽의 곡선과 건물의 직선이 정말 잘 어울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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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쉬워서 한 컷...멀지 않은 때 다시 올 거에요. 잊지 않으리, 고창읍성.




비가 몰아쳐서 사라진 바다를 내다 보고 있자니 어떤 생각이 상기되려 한다.
세상의 어딘가에는 바다를 건너는 다리가 놓여있다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자동차 통행이 금지되는 다리가. 누구? 그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누구? 바람이 많이 불어, 혹은 비가 많이 내려 통행이 금지되는 바다 위에
놓인 다리. 아무도 지나지 않는 데 홀로 비바림 속에 놓여 있을 바다 위의 다리,
왜 그 다리 생각이 나는지. 당신은 바람이 많이 불어 통행이 금지된 바다 위 다리
건너에 있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거기 있다면  어찌하여도 그 다리를 건너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 같다.
   - 신경숙,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 1999)" 중에서






 


                * 이 모든 사진은 마지막으로 코니카미놀타 Dynax5D, 무보정 리사이즈, 언제나 그렇듯이.

2010/04/23 19:12 2010/04/23 19:12

제주로 가는 비행기편을 구하기가 심각할 정도로 어렵다지요(서울신문 "제주행 항공권 '하늘의 별따기' 참조).
팁이라면 팁일 수 있는, 제가 항공권을 구하는 방법을 적어봅니다.
평일 비행기편은 그래도 좌석이 있는 편이구요.
이 경우는, 주말 왕복편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에 김포에서 출발해 일요일에 김포로 돌아오는 예시입니다.

1. 두 개의 브라우저 창을 띄웁니다.
모든 국내선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는 건 시간 낭비지요.

먼저, 브라우저 창 하나를 띄워 투어익스프레스 홈페이지로 들어갑니다.
'국내 항공'을 선택하고, 출발지/도착지와 가는 날/오는 날을 선택하고 '상세 검색'을 클릭하세요.
그러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제주항공의 모든 항공편과 잔여좌석수를 알 수 있습니다.
시간과 형편에 맞는 비행기편을 선택하면 돼요.

또 하나의 브라우저 창을 띄워, 이스타항공 홈페이지로 들어갑니다.
투어익스프레스 국내항공 검색 서비스가 이스타항공 비행기편까지는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출발지/도착지와 가는 날/오는 날을 선택하고 '최저가 예매' 버튼을 클릭하세요.
그러면 이스타항공의 잔여좌석이 있는 모든 항공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시간과 형편에 맞는 비행기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비행기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겠죠.
일단 보통 한 달 전에는 비행기 예약을 잡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것도 늘 가능한 게 아니거든요.
이번주는 물론이고, 다음주에 내려가고 싶은데...라는 식으로는 비행기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1번의 경우를 해봤는데, 항공편을 구할 수 없다면 이렇게 하십시오.

2. 제주여행전문사 사이트를 뒤집니다.

먼저, 제주공구로 들어갑시다. 이 사이트의 맨 윗단 메뉴 가운데 '할인항공권'을 클릭하세요.
그러면 날짜별로 할인항공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날짜와 노선, 일정을 고르고 '검색하기' 버튼을
누르면 해당 일자의 할인항공권이 나열됩니다.
거기서 자신과 맞는 일정의 항공권을 선택하면 됩니다.

만약, 제주공구 할인항공권도 맞는 일정이 없다면 그 다음으로 '투어인제주'로 들어갑시다.
맨 윗단 메뉴 가운데 '항공'을 클릭하면 마찬가지로 할인항공권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신과 맞는 일정의 항공권을 선택하면 됩니다.

그래도 좌석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품을 좀 더 팝시다. '제주닷컴'으로 가보시죠.
마찬가지로 맨 윗단 메뉴 가운데서 '할인항공권'을 클릭해 마찬가지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여기서도 좌석이 없다...한 군데 더, 'VJ투어' 로 가봅시다. 상단 메뉴 가운데
'할인항공 예약'을 클릭해 내 일정과 맞는 항공편 좌석이 남아있나 확인하시면 됩니다.

저는 보통 이렇게까지 하면...90% 이상 좌석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금 실험해 봤는데, 투어익스프레스와 이스타항공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는
다음주 주말 비행기편을 제주여행전문사 할인항공권으로는 구할 수 있더군요.
여행사에 따라 부대조건이 붙기는 할 거에요. 숙박업소와 렌터카를 같이 예약해야만
항공편 예약이 가능하다는 등, 무조건 온라인 계좌송금만 받는다는 등...

그럼에도 급하게 제주를 가야한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조건이지요.
상담원과 통화해서 이야기를 잘 하면, 그런 부대조건을 최대한 완화해서
관광지할인티켓 두장 정도를 사는 조건(추가 금액 1만원 정도)로 예약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제주행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면...마지막 수단이 있긴 합니다.

3. 공항으로 가라!

금요일 저녁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떠났다가 일요일 오후나 저녁에 제주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일정은
모든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행기편입니다. 당연히 좌석은 모자라고, 그렇기에 일정을 못 맞춰
금요일 회사를 조퇴하고 오후편으로 일찍 떠났다가 일요일 새벽 비행기편으로 김포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보통 금요일 17~18시까지는 그래도 김포발 제주행 항공권에 여유가 있고,
일요일 오전 9시 이전에는 제주발 김포행 항공권도 좌석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에게 조퇴를 하면서까지 금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최대한 빨리 퇴근해 김포공항으로 갑니다. 그리고 발품을 팔아 모든 항공사에 대기를 걸어두세요.
금요일 비행기편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예약 펑크가 발생합니다. 1명이 대기를 걸면 굉장히 쉽게
좌석을 얻을 수 있구요. 2명은 조금 어려운데...그래도 좌석이 나기는 합니다. 대개는 말이죠.

문제는 이렇게 금요일에 제주에 내려갔다 하더라도 일요일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일요일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편은 예약을 걸어놔도 마지막 비행기까지
좌석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일단 제주로 내려간 여행자들은 무조건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1명은 자리가 나기도 하지만 2명은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요.

금요일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편은 이렇게까지 하면 어떻게든 구할 수 있는데...일요일 제주발 김포행
항공편은 구하기가 난감하다...이럴 경우 대안은 딱 하나입니다. 콜럼부스의 달걀이죠.

다시 1번으로 돌아가 월요일 가장 이른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편을 구하는 것입니다.
오전 7시부터 항공편이 있거든요. 보통 1시간 10분 정도면 김포에 도착할 수 있으니
7시대 비행기를 예약한다면 9시 전에는 김포에 닿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월요일 가장 빠른 비행기편은
대개 좌석이 남아있지요. 그러면 9시 출근자에 경우에는 시간을 대기가 쉽지 않겠지만
10시 출근자의 경우는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9시 출근자도 약간 지각하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월요일 오전부터 주간 회의가 있는 회사원이라면 이 방법을 쓰기가 쉽잖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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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김포-제주 왕복항공권 급하게 구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저는 그동안 제주를 오가는 100여회 동안 이렇게 해서도 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는
딱 1번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99%는 이렇게 비행기를 찾을 수 있었다는 뜻이지요.
항공사 파업때도, 3~4년전 지금보다 더 제주항공권의 좌석이 적었을 때도 가능했습니다.

물론, 일찍 일정을 결정해 미리 항공편을 예약해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요. 회사에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외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우리 삶에 끼어듭니다.

계획된 일정이 아니라, 갑작스레 제주에 가고 싶다면, 가지 않고 못 배기겠다면
이 방법을 한번 사용해 보세요. 대개는 길이 열릴 거에요.

1번에서 3번까지에 적어두지 않은 것 가운데는 무식한 방법도 있습니다.
1번 방법처럼 브라우저 2개 창을 매일 매시간 펼쳐놓고, F5 버튼을 눌러 계속 화면을 갱신하면서
잔여좌석수 변화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예약이 취소된 좌석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번개같이 클릭해 항공편을 예약하면 되는 것이죠.
전 이렇게 해서...여름 극성수기에 대기 3일(72시간)만에 좌석을 구한 적이 있어요.
물론 이건...저처럼 제주에 중독된 사람들이 하는 방법입니다. 참고하세요.

그럼, 행복한 제주 여행 되십시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Daum 책 "제주 풍경화"
http://book.daum.net/detail/price/list.do?bookid=BOK00009923310AL









2010/04/15 08:34 2010/04/15 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