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홀림, 제주'에 해당되는 글 22건

  1. 커피, 솔 향기 풍겨나는 2010/08/29
  2. 강종우 선생의 일요일 편지 (2) 2010/07/05
  3. 2010년 제주, 봄 (6) 2010/03/30
  4.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2010/03/01
  5. 모슬포식 고등어회 (2) 2010/02/13

제주 섬 한라산 자락에 오래전부터 신께 제사를 올리던 큰 숲이 있지요. 산천단이라는 이름의,
햇볕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울창창한 숲이. 그 숲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정해진 것은
곰솔이라 불리는 엄청난 높이의 큰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까닭인데
그곳을 걷고 있노라면 응어리진 어딘가가 풀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늑하고 고요합니다.

바로 그 산천단에, 아주 특별한 장소가 생겼어요. 이담(http://blog.naver.com/login)님이라는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제주 블로거님께서 운영하는 '바람' 까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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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단장한 카페는 그의 성격처럼 단아한 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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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는 깊고 좁은 창들이 바깥의 풍경을 비춰주지요. 어떤 창은 숲을, 어떤 창은 600년 곰솔의 큰 키를,
  또 어떤 창은 그가 그린 벽이 현무암과 초록을 만나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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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담님은 엄청난 내공을 가진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카페 내부에서는 그가 쌓아온 이력을 훔쳐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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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찾아가면, 이렇게 테이블에서 직접 커피를 우려내 줍니다. 눈 앞에서 피어오르는 그윽한 향기...그는 잔재주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투, 그의 몸짓, 그의 눈빛... 외람되지만, 그는 어쩌면 김영갑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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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만든 커피에는 산천단 솔숲의 향기가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한라산의 바람(wind)과 섬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Wish)이.



바람 까페에서는 좋은 원두로 그가 직접 우려내는 커피 외에도 단촐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식사,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과 맥주,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안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담님은 "손님이 너무 많이 찾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셨어요. 바람 까페가 숲의 고즈넉한 정취를
간직하는 사랑방이 되길 바라는 그의 살가운 마음때문이겠지요.


바람 까페의 주소는 제주시 아라1동 371-20, 산천단 안에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070-7799-1103.
매주 월요일은 쉽니다.

그윽한 커피 향내 속에 감도는 소나무 숲 향기를 맛보고 싶은 분들께, 방문을 권합니다.
그 바람이 머무는 장소, 이담님과 예지님의 바람 까페, 섬의 단 한 곳.


 

2010/08/29 22:49 2010/08/29 22:49


제가 회원으로 속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의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영리병원, 해군기지, 케이블카 등등 지역적, 탈지역적 이슈에 대해 진보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섬의 가장 대표적인 시민단체지요. 일일이 꼽을 수 없을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서 이렇게 매주 일요일마다 메일 한 통을 보내주는 것도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참 좋은 메일이어서... 일요일이 기다려질 때가 많습니다.

섬에 살게 되면, 저도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제 시간과 노동을 다른 이들과 나눠 쓸 거에요.

메일을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은 http://www.jejungo.net/(제주참여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하시고, 메일링 수신에 체크하시면 됩니다.

한번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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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우의 일요일 편지22]
지역경제의 생태적 순환1, 스위스에서 배운다!

가난하고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 스위스 

  오늘, 유럽의 작은 나라 스위스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괴물의 탄생>의 저자 우석훈이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영감을 얻었다고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 제주가 많이 닮았으면 좋겠다는 제 바람 때문이기도 합니다.

 승자독식의 토건국가,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일반 경제학으로는 해독 불가능한 한국경제. 그래서 모두를 개미지옥으로 몰아넣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오늘날 한국경제에 우석훈은 ‘괴물’이란 딱지를 붙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분열증에 걸린 ‘괴물’을 해체시킬 해답을,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스위스에서 찾습니다. 책거리 겸해서 제 나름 재구성해 올립니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대단히 비슷합니다.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나 에너지 자원 따위가 거의 없다는 점도, 또 국토의 70% 정도가 산이라서 ‘있는 건 사람밖에 없다’는 한국 교과서와 스위스 교과서의 첫 머리부터 그렇습니다. 한 때 유럽에서 스위스라는 말은 ‘가난하다’는 말과 동의어였습니다. 우리네 보릿고개처럼 겨울이면 산악지역 사람들이 19세기까지도 굶어죽었고, 배가 너무 고파서 아버지들이 다른 나라의 용병이 되어 식구들을 먹여 살리던 슬픈 나라였습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에 프랑스 왕 옆에서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전멸당한 군인들은 식구들에게 봉급을 보내야 했던 스위스 용병들, 세익스피어 햄릿에도 나오는 바로 그 ‘Switzers’랍니다.

 또한 한국의 지역감정 문제가 아무리 심하다고 한들, 아예 쓰는 언어조차 다른 스위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스위스의 공용어는 4개. 북부는 독일어를, 서부는 프랑스어를, 남부는 이탈리아어를 쓰고, 알프스 한가운데는 - 이제는 화석 민족이 되어버린 원래 스위스 민족의 언어 - 헬베티카어를 씁니다. 사실상 한국의 지역감정에 비하면 스위스는 훨씬 구조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 이 나라는 덴마크처럼 완전히 농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였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겨울이 6개월이나 되는 스위스는 4개월 정도인 한국에 비해 농업 조건이 훨씬 불리한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알프스 관광 덕분에 먹고 사는 나라일까요? 유럽 국가들의 평균적 관광소득에 비쳐볼 때 스위스가 특별히 더 높지는 않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세계의 온갖 검은 돈들이 몰려온다는 비밀계좌나 운용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먹고 살까요? 스위스의 금융 부문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정도로 약간 높기는 한데, 이게 엄청나게 심한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스위스의 비밀계좌는 이미 정책적으로 폐지된 상태입니다.
 
  농업과 식품안전의 결합을 통한 생태적 전환

  1950년대까지 그저 독일이나 프랑스의 ‘위성경제’ 정도로 간주되었던 스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웨덴과 더불어 가장 먼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스위스 하면 잘사는 나라, 이렇게 된 건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나라는 원래 잘 살았잖아”라고 얘기할 수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 언어가 전혀 다른 세 지역의 협력위에 서 있는 국가. 이런 스위스가 경제를 개방하고, 그 개방의 힘으로 안정적이고 인간적인 지금의 번영을 이뤄낸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평화외교를 모토로 고립주의 정책을 택하면서 UN에도 2002년에야 가입했습니다. EU에는 아직 가입도 안했고, FTA는 국민투표로 사실상 부결해버렸습니다.

 스위스 경제를 움직이는 건 다름 아닌 협동조합. 재작년 8월, 스위스의 유통시장에는 큰 이변이 생겼습니다. 세계 2위의 글로벌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스위스에서 철수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런데 까르푸를 인수한 업체는 놀랍게도 민간대기업이 아닌 협동조합. 스위스는 지역 밀착형 협동조합을 통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스위스 생활협동조합 미그로스는 2백만 조합원을 달성했습니다. 인구 8백만인 나라에서 전 국민의 26.6%가 협동조합 조합원이라는 말입니다. 스위스에선 미그로스가 제공하는 몇 가지 서비스 없이 살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미그로스 체인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미그로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음식, 금융, 레저, 문화, 휘발유와 난방용 연료, 가구, 스포츠 용품, DIY 상품, 전화서비스, 휘트니스 클럽, 어학강좌까지 폭 넓습니다.

  또한 어느 지역에서든 가게가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지역주민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할인매장이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 가게나 소형 매장을 온통 잡아먹어버린 우리와는 정반대. 일반 슈퍼나 가게 어디에서든 밀가루나 쇠고기 혹은 유제품을 고르더라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안전한 식품과 식재료를 살 수 있는, 이른바 농업과 식품안전의 결합을 통한 생태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사회가 다름 아닌 스위스입니다. 한국에선 광우병과 유전자 조작식품이 싸기도 할뿐더러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말하지만, 거기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농업을 살려내고 이로써 국민들의 식품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그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가 알프스에 스키장과 산악철도를 엄청나게 만들어 관광으로만 먹고산다는 건 오해입니다. 최근 스위스는 관광산업이 국민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알프스의 생태복원을 이웃 국가들과 국가 간 협약방식으로 추진 중입니다. 국토의 생태적 복원을 통해서 건설 산업을 새롭게 복원기술 쪽으로 전환하는 중입니다. 건설을 안 하면 건설사가 망하지 않을까 싶지만, 복원이 건설만큼 큰 산업으로 부각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동에 대해 전혀 다른 가치관 …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

  스위스는 실업률이 2% 정도이지만, 마찰적 실업을 제외하면 대체로 완전고용에 가깝고, 무엇보다 직업에 대한 귀천이 거의 없는 사회입니다. 누구든지 한 가지 일만 제대로 하면 먹고 사는 것으로부터는 해방되고, 아이와 가난한 사람은 국가의 일도 아니고, 주정부로 정의할 수 있는 칸톤(Canton)의 일도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일입니다. 사치하는 사람도 없지만, 일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지역의 공동체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줍니다. 세련된(?) 우리들 시선으로 보면 답답하고 멋지지도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지만, 스위스에서는 누구나 먹고 입고 교육 받는 데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스위스의 대학등록금은 우리 돈으로 연간 50만원 정도. 대학진학률도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비율이 18-20%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80% 가까운 대학진학률을 보이는데,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대졸자들이 스위스의 고졸자들에 비해 절반의 생산성도 올리지 못하는 셈입니다. 평생 같은 일을 하면서 사회적 마에스트로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 고졸자들이 바로 그 유명한 스위스제 ‘맥가이버 칼’, 밀리터리 시계, ‘에망탈’ 같은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이거나, 1억 원에 가까운 가격의 엠프와 스피커를 만드는 골드문트사의 기술자들입니다. 그리고 세계 5위권 내에 들어가는 스위스 연방은행의 은행가들도 상당수는 고졸자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일부이지만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

“제가 만났던 취리히 공과대학의 한 전문사서가, 자신의 두 아이가 좀 더 자랄 때까지 일 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는 방식을 계속하겠다고 하더란 거지요. 7일 가운데 2일만 일한다고! 정규직인 그녀는 임금 수준의 1/3 정도를 포기하는 대신 일주일에 닷새를 쉬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겁니다. 남편의 월급과 합치면 그런대로 살 만하고, 그 대신 습관적으로 카페에서 마시던 에스프레소만 좀 줄이면 된다는 식이더군요.”

 전문직과 문화계를 중심으로 그런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들’이 스위스에서는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일주일에 이틀 노는 사람’들이 생기면 노동시간이 줄어서 큰일 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기에는 반복해서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노동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지만, 지식경제를 축으로 하는 오늘날은 다른 생각과 다른 발상 자체가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세상입니다. 불행하게도 지식경제에서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사람’과 ‘일주일에 이틀 노는 사람’이 경쟁하면 누가 이길까요? 당연히 이틀 일하는 사람이 이길 겁니다. 문화적 풍성함과 많은 독서, 그리고 여유로움 속에서 나오는 발상의 전환을, 일중독이 아니면 밀려나서 죽는다며 기계적으로 왔다갔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스위스에서 배우자!

  이렇게 본다면, 한국은 죽어라 일해도 절대 스위스를 이길 수 없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처해 있는 셈입니다. 지식 투입을 늘리고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늘려주고, 그 대신 창조능력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은 집값과 사교육비를 더 올리고, 노동시간과 노동 강도를 억지로 높이는 방식으로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에너지와 자원을 계속 투입하기 위해 제국주의적 성향이 강한 자원외교에 매달리며, 국내 정책 기반과 공공성 기반을 없애는 FTA 중심의 국민경제를 기획하고 있는 우리의 앞날을 생각하면 솔직히 암울해 집니다.

 한 마디로 스위스의 국민경제 운용방식과 사회적 삶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식품을 중심으로 농업의 재발견이 이뤄지는 사회이고, 노동에 대해 전혀 다른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사회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대안 경제를 향한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어찌 보면 여러모로 상당히 비슷한 한국과 스위스지만, 지난 5년간은 가장 극단적으로 다른 경제구조와 경제적 성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두 가지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는 직접민주주의로 상징되는 자치에 근거한 분산적 구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역공동체 혹은 지자체의 힘으로 만들어진 제3부문의 존재입니다. 이곳에선 실업자가 되거나, 아프거나, 여하튼 뭔가 불편한 게 있을 경우, 시청에다 말하면 지역공동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네슬레와 같은 대기업도 있고, 공공부문을 장악하고 케인즈형 복지국가를 추진하는 정부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스위스에는 직접민주주의에 근거한 자치의 힘으로 일궈낸 협동조합 같은 제3부문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경제의 생태적 전환... 우리가 스위스에서 배워야 할 건 바로 이게 아닐까요? 생명과 평화가 만난다면, 그건 바로 스위스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한 쪽에선 전쟁을 머리에 두면서 국가 안에서 생명을 얘기한다는 건 모순입니다. 그 모순을 극복한 거의 유일한 국가가 스위스입니다. 직접 민주주의와 지역 공동체를 강화시키면서 생태적 전환이 평화와 만나고, 그 과정에서 다양성이 꽃필 수 있는 그런 변화를 생각한다면 그건 스위스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제주는...

  해마다 여러 기관에서 ‘삶의 질’이란 걸 조사하는데, 보통은 스위스의 취리히와 로잔이 번갈아 가면서 1, 2등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삶의 질’과 같은 고상한 단어가 아니라, 고통지수 혹은 신경성질환발생률 같은 것으로 ‘삶의 고통’을 짚어보기에 훨씬 알맞습니다. 일을 많이 시켜도 좋으니 일할 자리라도 달라고 절규하는,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한국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점차 괴로워지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취리히나 로잔이 서울과 다른 점은 지역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면서 비대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지역 공동체의 직접 민주주의 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서울을 개미지옥으로 정의한다면, 서울과 모든 게 정반대인 곳이 바로 취리히입니다. 취리히의 모든 게 정확하게 서울과 정반대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제주대 송재호 교수가 ‘녹색성장과 제주의 선택’이란 강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제주는 쉽게 말하면 서울하고 반대로 가면 됩니다. 제주에 관광 오는 사람들은 다 서울과 같은 도시 사람이지요. 제주가 서울과 똑같으면 오지 않아요. 그러나 제주를 서울과 반대로 만들어 놓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와요.”
 

7월 첫째 주 토요일, 바로 어제는
사회·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역할을 널리 알리는
‘국제협동조합의 날’입니다.

생명과 평화가 깃들고, 나눔과 보살핌이 넘쳐나는
‘모두를 위한 제주’를 꿈꾸어 봅니다.
협동적 자치 ‘수눌음’과 생태적 순환경제 ‘돗통시’
창조적 복원이 필요합니다.

하루하루 발걸음은 더딘데, 언제나 마음만 앞서 갑니다.
‘여럿이함께’하면 길은 등 뒤에 보입니다.
 
 2010년 7월 4일 아침에, 연동 집에서
강종우

2010/07/05 07:56 2010/07/05 07:56


  우리가 지나 온 길보다 더 긴 시구를 가진 시는 없다
  나는 꽃 핀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유랑하는 청춘들의 푸른 이마를 적시며
  행상꾼의 생선비린내를 몰며
  삼라만상 광기들을 덮으며 흘러가는 경들 위로
  다시 발을 얹었다
  네게로 가기 위해
       - 김정희 詩,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중에서


3월 마지막 주말, 제주 섬에 다녀왔습니다.
온 몸에서 망울 터뜨리며 밤늦도록 환한 벚꽃들을 만나러.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서사라 왕벚꽃 거리 풍경이에요.
삼성혈에서 제주 칼 호텔을 지나 제주중앙여중에서 제주남초등학교 부근까지 1Km 남짓
바쁘게 지나치던 사람들도 휴대폰을 꺼내 잠시 정적을 찍는
가장 화려한 한봄의 장소.

저 봄이

서울로도 넘쳐오겠지요.


* 사진은 클릭하면 조금 더 커져요. 니콘 D5000으로 찍었고, 모든 사진은 언제나 그렇듯 무보정 리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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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중앙여중 앞. 봄은 콸콸 따른 잔처럼 넘치고 넘쳤지요 온 세상이 흐드러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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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까지 온통 꽃천지여서 전신주들은 섬의 봄 전보를 타전하기에 바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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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라거리의 토종 식당, 삼도정 손 손두부 앞. 손님들도 뚝배기를 앞에 두고 잠시 넋을 잃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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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는 초롱을 달고 뒤질세라 밤늦게까지 벚꽃들과 환한 경주를 치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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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의 장엄이란 온 생애와 육신을 바쳐 꽃을 틔우는 데 있지요. 그 전념은 거룩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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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질릴 수 없는 이 해사한 향연... 나는 평생동안 봄이 올 적마다 이 거리에 서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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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건물을 한순간에 화폭으로 바꾸는 지금은 황홀의 시절.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순.
서사라 거리는, 지상의 천국이지요.



2010/03/30 10:27 2010/03/30 10:27

사실 저는 지인들에게 제주 여행 코스를 짜주지 않아요. 사람들은 쉽게 물어보지만, 그건 사실 아주
어려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끌리는 사람인지,
왜 제주에 가는지, 체력은 어떤지, 여행 경비는 어느 정도고 어디에 묵을 것인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
등에 따라 그 대답은 천차만별로 나눠지니까요.

그래도 예전에 가장 친했던 친구의 요청이고, 아무리 세분화된다고 해도 변함없이 좋은 곳들,
권하고 싶은 곳들은 있기에 메일로 대답해 주는 김에,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이 내용은
2월에서 4월 정도까지, 그러니까 초봄에 해당하는 추천 여행 코스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혹시 이 시기 즈음에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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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나? 오래간만이구만.

지금 제주는 완연한 봄이야. 성산일출봉 부근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을 만날 수 있지. 밤에는 좀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점퍼를 입을 필요가 없을만큼 따스해. 제주를 여행하는 데 계절을 가릴 필요는 없지만, 봄의 제주는 참 아름답지.

최근 몇 년 간 제주에는 '올레' 바람이 불었지. 집 앞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는 제주의 바다를 낀 4시간~6시간 사이의 도보 산책로로 재탄생했어. 최근 15코스까지 개장된 것으로 알아. 한겨울에도 이 올레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코스지.

올레길도 충분히 아름답고 특색있지만...나는 사실 제주의 모든 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러므로 올레길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꼭지를 잡는 게 어떨까 싶어.

일정이 3일 정도라고 하니까...제주시와 협재해수욕장, 함덕-김녕해수욕장에 하루 정도씩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시간이 모자란다면 제주시와 협재를...지금 협재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거든. 그 물빛을 꼭 보고 왔으면 싶으이.

1. 숙박
제주시에는 바다가 보이면서 저렴한 제주서울관광호텔에 묵는 게 어떨까 해. 1박 5만원이고 트윈룸이면 둘이 편하게 잘 수 있지. 시설은 낡았지만 조식도 주고 친절한 옛날식 호텔이야. 넥스투어(http://www.nextour.co.kr)에서  '국내숙박> 제주호텔' 중에 최저가를 검색하면 돼. 미리 예약해야만 그 값에 묵을 수 있고.

협재쪽에서는 해피데이 펜션(http://ohhappyday.x-y.net/)에서 묵으면 돼. 아마 5만~6만원쯤 할 거야. 협재해수욕장에서 걸어서 7분 거리이고, 조용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지.

함덕해수욕장에서는 바다사랑 펜션(http://www.bada-love.net/)이 좋아. 여긴 4만원. 창으로는 함덕 바다가 그대로 다 보이지. 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2. 가볼 곳
(1) 제주시
제주시에서는 절물휴양림(http://jeolmul.jejusi.go.kr/)을 가보길 바래. 삼나무숲이 입구에 도열해 있어 엑조틱한 느낌이 강하고, 그 끝에는 절물오름이 있지.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정말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야. 제주서울관광호텔에서 묵으면 도보로 5분 거리에 동문시장이 있고 거기서 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돼. 배차 간격이 넓은 편이니 휴양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해 보는 게 좋고.

절물숲 바로 아래(걸어서 5분)에는 노루생태관찰원이 있지. 노루를 만날 수 있고 먹이도 줄 수 있는 곳이야. 꽤 재미있어. 같이 둘러보면 좋겠지.

호텔이 자리한 탑동 바다는 볼 것이 아주 많은 동네이기도 해. 탑동 바다에서 방파제를 따라가면 용연에 닿을 수 있고, 용연 구름다리를 넘어가면 바로 또 용두암이 나오지. 용두암은 관광객들로부터 쉽게 무시당하는 곳이지만 결코 폄훼할만한 정도의 장소는 아니야. 용두암에서 용담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가끔 용두암 방향을 바라보면 그 경관이 아주 시원하게 인상적이야. 용담해안도로를 계속 걸으면 도두봉까지 닿을 수 있고, 도두봉은 제주의 머리에 해당하는 작은 오름이야. 오르는 데는 20분도 채 안걸리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제주시의 풍광은 아주 기가 막힐 정도지.

도두봉에서 계속 바다를 따라가면 제주시의 가장 친숙한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나오고 이호해수욕장에는 신기한 모양의 등대 2곳을 볼 수 있지. 더 계속 가다보면 내도바다, 알작지가 나와. 몽돌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바닷가인데...그 소리가 정말 황홀해. 잠시 시간을 두고 거기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

이렇게 걸으면 총 3시간 정도 코스가 아닌가 싶네.

(2) 협재해수욕장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일주행 버스를 타면 1시간 좀 더 걸려 협재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어. 나는 조금 더 가서, 금릉해수욕장에 내리라고 말하고 싶어. 올레 제 14코스이기도 한데, 금릉해수욕장에서 협재해수욕장, 옹포리로 가는 길은 참 아릅다고 환하게 빛나지. 앞서도 말했지만 봄은 서쪽 바다를 가장 찬란하게 물들이는 계절이야. 지금의 금릉-협재 물빛처럼 그윽한 시간도 드물어. 나는 밤에 협재와 옹포리 중간을 걷던 차도 옆 인도에서 반딧불이를 만난 적도 있어.

아울러, 시간이 된다면 협재-금릉 사이의 한림공원도 가볼만 해. 인공 공원이지만 정말 잘 꾸며놓은 곳이야. 재릉초등학교도 볼 만 하고.

(3) 함덕-김녕
제주공항에서 함덕행 버스가 종종 있어. 동문로터리에서도 좀 있을 거야. 1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함덕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지. 함덕은 해안가가 아주 넓은 곳이고 썰물때면 맑은 모래 밭에 사는 수많은 물것들을 만날 수 있어. 여름 성수기가 아니면 아주 조용한 바닷가니까...천천히 즐기기에 좋을 거야.

함덕에서 조천/신촌리 방향으로 쭉 걷는 길도 재미있고 괜찮아. 차도를 따라 걷는 것이지만 바다와 맞물려 사는 사람들과 집터의 모양, 돌밭의 흐름이 재미있지. 거의 신촌리 부근에 오면 죽산공원인가 하는 곳이 있는데...그 주변의 형상이 아주 훌륭해.

함덕에서 김녕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아. 아마 택시비를 4천원 이하로 받았던 것 같아. 김녕은 아주 작고 소박한 바닷가지만, 정말 깨끗하고 한적한 곳이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김녕에서는 또 택시로 비자림에 가자고 할 수 있지. 비자림은 비자나무로 이루어진 원시적 단순림인데...그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산림욕이 되고 숲이 무성해 독특한 아우라를 뿜는 곳이야. 산책하는 데는 40분 정도 걸리고, 김녕(또는 함덕)에서 비자림까지는 택시비로 한 6천원 정도 나왔던 것 같아. 아울러 보면 좋겠구만.

서귀포쪽은 워낙 유명한 곳도 많고, 올레길과 대부분 이어져 있어서 설명하지 않을께. 올레길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거야.


잘 다녀오게. 언젠가 내가, 안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

갔다와서 또 얼굴 한 번 보자구.

                                                                              - 2010. 2. 28. 친구가.


2010/03/01 12:29 2010/03/01 12:29

지금은 사실 서울에서도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지요.
양식 기술이 발달한데다, 전라도에서 출발한 수조 트럭은 반나절만에 서울의 횟집에
고등어를 풀어놓으니까요.

가을 이후, 살이 오른 고등어를 큼직큼직 썰어 간장에 찍어먹는 별미는 정말 사치스럽단 생각이 들어요.
값도 만만치 않지만 이 예민한 물고기를 회로 먹기 위해 들인 수고란 셈하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그래도, 제가 아는 최고의 고등어회는 제주까지 넘어가야 해요.
모슬포 지역에서는 고등어회를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 그 맛이 아주 별미랍니다.

먼저 천일염으로 뜨신 밥에 간간하게 간을 한 뒤,
굽지 않은 날김을 준비해요.
그리고 고등어회를 두껍게 썹니다.
그리고 고추와 마늘,파를 소복히 썰어둔 양념간장에 위의 것들을 같이 싸먹으면
어떤 생선회도 그 맛에 비길 순 없답니다.
값도 헐한 편이죠. 큼직한 고등어회 한 접시에 양념밥 한 대접. 묵은지와 날김까지 해서
3만원이에요. 2명이 먹으면 조금 많고, 3명이 먹으면 조금 모자라요.

제주시 노형동 가품육개장 건너편 모슬포 해안도로 식당이 이 요리를 잘하는 식당이에요.
전화번호는 064-794-7665. 제주시 롯데마트와 메르헨하우스 사잇길로 들어서면 돼요.
택시를 탄다면 기사분께 노형동 가품육개장 가자고 하면 되고, 네비게이션으로는
전화번호를 찾으면 되지요.

제주도 사람들도 잘 몰라요. 모슬포식 고등어회쌈은 섬에서도 그리 널리 알려진
방식이 아니니까요. 서울 친구와 제주 친구를 모두 데려가 봤는데..하나같이
정말 맛있게들 드셨어요.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서울에서, 4~5만원씩 받으면서 얇게 썰어 내놓는 야박한 고등어회 한 접시를 앞에 놓고 있자면
종종 그곳이 떠올라요. 저는 이제 그곳에 완전히 중독되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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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19:31 2010/02/13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