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버나드 쇼가 했다는 재담 하나를 떠올렸다. 어느 기자가 쇼에게 물었다.
"금요일에 결혼한 부부는 불행해 진다는 속설을 믿으십니까?" 쇼가 대답했다. "물론 믿습니다.
금요일에 결혼한 부부라고 예외는 아닐 테니까요." 이어서 나는 이런 대화를 생각해 냈다.
"전라도 사람들은 신의가 없다면서요?" "물론이죠. 전라도 사람들이라고 예외겠어요?"
- 고종석, <서얼 단상> 중에서, 개마고원, 2002
거의 10년 지난 고종석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2002년의 정치적 지형이란, 그래도 상당히
합리적이었구나 라는 점을 새삼 확인한다. 그렇지만 그 합리적 국면은, 그렇게 유화적으로 흘러가서
지금의 세상에 이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때의 합리란 세상이 허용하는 한계치 내에서,
주류의 상식 안에서 합리적이었다는 것. 우리가 되돌려야 할 시간이란 10년 전이 아니라
87년, 또는 80년 우리가 꿈꾸었던 그 시간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고종석 책 치고는 참 더디게 읽히는 편이다. 왜 내가 전에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는지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