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지인들에게 제주 여행 코스를 짜주지 않아요. 사람들은 쉽게 물어보지만, 그건 사실 아주
어려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끌리는 사람인지,
왜 제주에 가는지, 체력은 어떤지, 여행 경비는 어느 정도고 어디에 묵을 것인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
등에 따라 그 대답은 천차만별로 나눠지니까요.
그래도 예전에 가장 친했던 친구의 요청이고, 아무리 세분화된다고 해도 변함없이 좋은 곳들,
권하고 싶은 곳들은 있기에 메일로 대답해 주는 김에,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이 내용은
2월에서 4월 정도까지, 그러니까 초봄에 해당하는 추천 여행 코스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혹시 이 시기 즈음에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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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나? 오래간만이구만.
지금 제주는 완연한 봄이야. 성산일출봉 부근이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을 만날 수 있지. 밤에는 좀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점퍼를 입을 필요가 없을만큼 따스해. 제주를 여행하는 데 계절을 가릴 필요는 없지만, 봄의 제주는 참 아름답지.
최근 몇 년 간 제주에는 '올레' 바람이 불었지. 집 앞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는 제주의 바다를 낀 4시간~6시간 사이의 도보 산책로로 재탄생했어. 최근 15코스까지 개장된 것으로 알아. 한겨울에도 이 올레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코스지.
올레길도 충분히 아름답고 특색있지만...나는 사실 제주의 모든 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러므로 올레길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꼭지를 잡는 게 어떨까 싶어.
일정이 3일 정도라고 하니까...제주시와 협재해수욕장, 함덕-김녕해수욕장에 하루 정도씩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 시간이 모자란다면 제주시와 협재를...지금 협재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거든. 그 물빛을 꼭 보고 왔으면 싶으이.
1. 숙박
제주시에는 바다가 보이면서 저렴한 제주서울관광호텔에 묵는 게 어떨까 해. 1박 5만원이고 트윈룸이면 둘이 편하게 잘 수 있지. 시설은 낡았지만 조식도 주고 친절한 옛날식 호텔이야. 넥스투어(http://www.nextour.co.kr)에서 '국내숙박> 제주호텔' 중에 최저가를 검색하면 돼. 미리 예약해야만 그 값에 묵을 수 있고.
협재쪽에서는 해피데이 펜션(http://ohhappyday.x-y.net/)에서 묵으면 돼. 아마 5만~6만원쯤 할 거야. 협재해수욕장에서 걸어서 7분 거리이고, 조용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지.
함덕해수욕장에서는 바다사랑 펜션(http://www.bada-love.net/)이 좋아. 여긴 4만원. 창으로는 함덕 바다가 그대로 다 보이지. 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2. 가볼 곳
(1) 제주시
제주시에서는 절물휴양림(http://jeolmul.jejusi.go.kr/)을 가보길 바래. 삼나무숲이 입구에 도열해 있어 엑조틱한 느낌이 강하고, 그 끝에는 절물오름이 있지.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정말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야. 제주서울관광호텔에서 묵으면 도보로 5분 거리에 동문시장이 있고 거기서 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돼. 배차 간격이 넓은 편이니 휴양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해 보는 게 좋고.
절물숲 바로 아래(걸어서 5분)에는 노루생태관찰원이 있지. 노루를 만날 수 있고 먹이도 줄 수 있는 곳이야. 꽤 재미있어. 같이 둘러보면 좋겠지.
호텔이 자리한 탑동 바다는 볼 것이 아주 많은 동네이기도 해. 탑동 바다에서 방파제를 따라가면 용연에 닿을 수 있고, 용연 구름다리를 넘어가면 바로 또 용두암이 나오지. 용두암은 관광객들로부터 쉽게 무시당하는 곳이지만 결코 폄훼할만한 정도의 장소는 아니야. 용두암에서 용담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가끔 용두암 방향을 바라보면 그 경관이 아주 시원하게 인상적이야. 용담해안도로를 계속 걸으면 도두봉까지 닿을 수 있고, 도두봉은 제주의 머리에 해당하는 작은 오름이야. 오르는 데는 20분도 채 안걸리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제주시의 풍광은 아주 기가 막힐 정도지.
도두봉에서 계속 바다를 따라가면 제주시의 가장 친숙한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나오고 이호해수욕장에는 신기한 모양의 등대 2곳을 볼 수 있지. 더 계속 가다보면 내도바다, 알작지가 나와. 몽돌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바닷가인데...그 소리가 정말 황홀해. 잠시 시간을 두고 거기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
이렇게 걸으면 총 3시간 정도 코스가 아닌가 싶네.
(2) 협재해수욕장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일주행 버스를 타면 1시간 좀 더 걸려 협재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어. 나는 조금 더 가서, 금릉해수욕장에 내리라고 말하고 싶어. 올레 제 14코스이기도 한데, 금릉해수욕장에서 협재해수욕장, 옹포리로 가는 길은 참 아릅다고 환하게 빛나지. 앞서도 말했지만 봄은 서쪽 바다를 가장 찬란하게 물들이는 계절이야. 지금의 금릉-협재 물빛처럼 그윽한 시간도 드물어. 나는 밤에 협재와 옹포리 중간을 걷던 차도 옆 인도에서 반딧불이를 만난 적도 있어.
아울러, 시간이 된다면 협재-금릉 사이의 한림공원도 가볼만 해. 인공 공원이지만 정말 잘 꾸며놓은 곳이야. 재릉초등학교도 볼 만 하고.
(3) 함덕-김녕
제주공항에서 함덕행 버스가 종종 있어. 동문로터리에서도 좀 있을 거야. 1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함덕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지. 함덕은 해안가가 아주 넓은 곳이고 썰물때면 맑은 모래 밭에 사는 수많은 물것들을 만날 수 있어. 여름 성수기가 아니면 아주 조용한 바닷가니까...천천히 즐기기에 좋을 거야.
함덕에서 조천/신촌리 방향으로 쭉 걷는 길도 재미있고 괜찮아. 차도를 따라 걷는 것이지만 바다와 맞물려 사는 사람들과 집터의 모양, 돌밭의 흐름이 재미있지. 거의 신촌리 부근에 오면 죽산공원인가 하는 곳이 있는데...그 주변의 형상이 아주 훌륭해.
함덕에서 김녕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아. 아마 택시비를 4천원 이하로 받았던 것 같아. 김녕은 아주 작고 소박한 바닷가지만, 정말 깨끗하고 한적한 곳이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김녕에서는 또 택시로 비자림에 가자고 할 수 있지. 비자림은 비자나무로 이루어진 원시적 단순림인데...그저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산림욕이 되고 숲이 무성해 독특한 아우라를 뿜는 곳이야. 산책하는 데는 40분 정도 걸리고, 김녕(또는 함덕)에서 비자림까지는 택시비로 한 6천원 정도 나왔던 것 같아. 아울러 보면 좋겠구만.
서귀포쪽은 워낙 유명한 곳도 많고, 올레길과 대부분 이어져 있어서 설명하지 않을께. 올레길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거야.
잘 다녀오게. 언젠가 내가, 안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
갔다와서 또 얼굴 한 번 보자구.
- 2010. 2. 28.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