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맛집'에 해당되는 글 2건

  1. 올해 첫 방어회 (7) 2010/11/22
  2. 커피, 솔 향기 풍겨나는 2010/08/29

국회 토론회와 전체 업무 회의 때문에 이번주는 연이어 서울과 지방을 왔다갔다 했다. 며칠 계속해서
회식을 다니다 그래도 여기 왔는데 싶어 하루 짬을 내 친구와 자리를 만들었다. 자연산 회를 취급하는
저렴한 횟집이 한 곳 생겨 거길 찾아들어갔는데, 마침 남해산 방어가 몇 마리 있었다. 히라스가 아닌
진짜 방어 말이다. 흥정 끝에 2만5천원에 한 마리를 회 치기로 합의하고, 모슬포식으로 먹으려고 안 구운 김을
따로 부탁했다. 산지에서 바로 먹는 것이 아니어서 그 아삭한 질감은 약간 부족했지만 서울에서 방어를
좋은 값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내게는 올해 첫 방어인 셈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2010년도
종장을 앞두고 있구나.

방어는 가을 무렵부터 늦겨울까지 한반도 남해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다. 양식이 불가능하지만
비교적 자원이 풍부하고 개체마다 '덩치'가 커서 서민들의 겨울 밥상에 잘 올라가는 소중한 생선이다.
3kg 한 마리 기준으로 회로 먹으면 1만원(산지)에서 5만원(수도권) 사이, 구이나 조림, 탕용으로
수산시장에서 구입하면 3~4천원(산지)에서 8천원(수도권) 정도다. 앞서 말했다시피 원체 큰 데다
살이 많아서 네 식구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눠먹기 충분한 양이다. 맑은탕으로 끓여도 좋고, 김치 넣고
매운탕으로 먹어도 좋으며, 통으로 구워서 먹어도 아주 향긋하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회를 떠 먹는 것이다. 방어는 크면 클 수록 맛있는데, 6KG 이상 큰 것을 부위별로 회쳐 놓으면 그 진미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어떤 부위는 말고기 맛이, 또 어떤 부분은 참치 뱃살맛이 난다. 두껍게 썰어
굽지 않은 김에다 싸 먹으면 싱싱한 사과를 한 입 베어문 것처럼 입안에서 아삭거리고 김의 풍미와
어우러져 방어 특유의 진한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겨울날 방어 산지인 제주도 모슬포 식당에 앉아
굵게 썬 방어회 접시를 앞에 놓고 매실주 잔을 비우는 일처럼 행복한 경험은 없다. 그럴 때 나는
말 그대로 '술꾼'이 된다.

제주도에 방어회를 전문으로 내는 식당은 모슬포 주위에 몰려 있다. 그러나 에 썼다시피, 모슬포는
'못살포'다. 겨울에 찾아가기에는 바람이 너무 심해 춥고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 시절 중국도 인정했던
천재, 추사 김정희는 모슬포의 바람을 '독풍'이라고 표현하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방어는 제주에서
흔한 생선이라 동네 마트만 가도 포장 회를 내놓고 팔 정도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따뜻한 실내에서
슝슝 바람부는 풍경을 내다보며 방어회를 맛 보는 것이 호사일 터인데, 그런 경우 내가 추천할 식당은
딱 한 곳 뿐이다. 책에 적었던 '마라도 횟집'. 교통 편한 제주시에 위치한 그곳은 주인이 모슬포에서
생선을 떼 오는 중개인이어서 모슬포를 제외하면 섬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방어를 낸다.
가격도 아주 좋은 편인데다 방어로 만드는 그밖의 별미들도 함께 맛 볼 수 있어 몇 번을 다시 고려해도
그 집만한 방어전문점은 드물다(교통편, 전화번호 등은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

일을 다시 시작했으니 예전처럼 섬에 자주 찾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맘 편하게 기약없이 그곳에
머물 수도 없겠다. 주말을 통하거나 월차를 사용해 2박3일, 길어야 3박4일 내려갈 수 있겠지. 서울은
11월 초부터 이미 겨울이었지만, 섬은 아열대 기후권에 속해 있어 11월 말에도 충분히 따뜻하여
별별 꽃들이 찬란하고, 수풀을 뒤지면 산딸기도 따 먹을 수 있다. 한겨울에도 얼음이 어는 0도 이하로
내려가는 적이 거의 없다. 그 섬은 따뜻하다. 나는 매년 겨울마다 그 섬의 체온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좋은 사람들, 그러니까 프로젝트 NAL 사람들이나 대학친구 J군, K양, A군, 후배 K 부부 등과 같이 며칠
섬에서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에 도착해 고요한 밤바다를 바라보며 더불어
술잔을 부딪히고,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같이 잠들었다가 아침엔 시원한 해장국집에서
머리를 맑히며, 오름과 바다와 숲을 걷다 다시 밤엔 회 한 접시 떠다 놓고 제주술을 마시고, 다시
다음날이면 남들은 모르는 이곳저곳과 섬이 지켜온 음식들을 맛 보다가... 마지막에 공항으로 돌아가기
앞서 그들을 데리고 마라도 횟집에 가고 싶다. 싱싱한 방어회 큰 놈을 서걱서걱 썰어 푸지게 먹이고는
맑은 고소리술 몇 잔을 따라주곤 호기롭게 소리치고 싶다. "제가 낼 테니, 많이 드세요. 술도 음식도
더 시키시구요."

서울에서 올해 첫 방어회를 먹었다. 기대 이상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내 섬 제주에서, 마라도 횟집에 앉아
방어 큰 놈을 다시 맛보고 싶다. 좋은 이들과 함께. 일 때문에, 사정 때문에 미루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내가 필요한 것은 섬의 체온만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혼자 일 때
일어나는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 사이에 있을 때 더욱 도드라지는 감정이다.

세상이 자꾸 헛헛해진다. 방어회 한 접시 먹고 별 소리를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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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제주시 연동에 자리한 마라도 횟집. 겨울이면 저녁 7시부터는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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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제주도 산 대(大)방어. 마라도 횟집에서는 하루에 몇 십마리씩 이런 놈들을 해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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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 횟집 주인장의 날렵한 칼솜씨. 방어회 말고 꼭 맛봐야 할 것은 메뉴판에는 없는 '방어 튀김'이다.
  5천원이면 한 접시를 바로 튀겨서 내오는데...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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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방어회 한 접시. 부위별로 맛 보는 사치를 누릴 수 있다. 한 접시에 올해 1월 가격으로 2만2천원이었다.
  올랐어도 2만5천원 이하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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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에 말아 먹거나 기름장에 찍어먹고, 김에 싸 먹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맛은 보증한다.





* 모든 사진은 KM D5D, 무보정 리사이즈.

2010/11/22 09:48 2010/11/22 09:48

제주 섬 한라산 자락에 오래전부터 신께 제사를 올리던 큰 숲이 있지요. 산천단이라는 이름의,
햇볕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울창창한 숲이. 그 숲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정해진 것은
곰솔이라 불리는 엄청난 높이의 큰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까닭인데
그곳을 걷고 있노라면 응어리진 어딘가가 풀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늑하고 고요합니다.

바로 그 산천단에, 아주 특별한 장소가 생겼어요. 이담(http://blog.naver.com/login)님이라는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제주 블로거님께서 운영하는 '바람' 까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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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단장한 카페는 그의 성격처럼 단아한 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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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는 깊고 좁은 창들이 바깥의 풍경을 비춰주지요. 어떤 창은 숲을, 어떤 창은 600년 곰솔의 큰 키를,
  또 어떤 창은 그가 그린 벽이 현무암과 초록을 만나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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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담님은 엄청난 내공을 가진 사진가이기도 합니다. 카페 내부에서는 그가 쌓아온 이력을 훔쳐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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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찾아가면, 이렇게 테이블에서 직접 커피를 우려내 줍니다. 눈 앞에서 피어오르는 그윽한 향기...그는 잔재주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투, 그의 몸짓, 그의 눈빛... 외람되지만, 그는 어쩌면 김영갑을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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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만든 커피에는 산천단 솔숲의 향기가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한라산의 바람(wind)과 섬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Wish)이.



바람 까페에서는 좋은 원두로 그가 직접 우려내는 커피 외에도 단촐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식사,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과 맥주,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안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담님은 "손님이 너무 많이 찾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셨어요. 바람 까페가 숲의 고즈넉한 정취를
간직하는 사랑방이 되길 바라는 그의 살가운 마음때문이겠지요.


바람 까페의 주소는 제주시 아라1동 371-20, 산천단 안에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070-7799-1103.
매주 월요일은 쉽니다.

그윽한 커피 향내 속에 감도는 소나무 숲 향기를 맛보고 싶은 분들께, 방문을 권합니다.
그 바람이 머무는 장소, 이담님과 예지님의 바람 까페, 섬의 단 한 곳.


 

2010/08/29 22:49 2010/08/29 2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