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첫 눈이 내리고 있다고, 전화로 지인이 말했다. 그래? 얼마나? 수화기 속에서는 바람이 나부끼고
통화에 끼어드는 잡음은 마치 처벅처벅 눈 밟는 소리처럼 들렸다. 온 길이 눈으로 덮였어. 차들이 엉금엉금
기고 있고... 꽤 쌓일 것 같네. 마음이 울렁거렸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티켓을 끊어 퇴근길에
공항으로 직행해 버릴까. 지난 주부터 몸이 계속 섬을 부르고 있다. 아니 섬이 계속 몸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주지를 바꾸었으며, 낯 설고 물 설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인데도 섬에의 갈증은
가라앉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사무실 책상 뒤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면서,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제주의 것이었으면 했다. 파도가 방파제를 핥으며 도시를 넘보는 탑동의 광장이거나 한껏 높은 하늘 밑으로
구름이 수직으로 쌓이는 어승생의 마당이거나 눈꽃 알알이 부서지며 떨어지는 절물의 한복판이었으면,
모래가 유실될까 해변 가득 검은 그물로 덮은 너머로 물거품 스며드는 협재나 김녕이기를.
제주시 재난대책본부 홈페이지(http://bangjae.jejusi.go.kr//cctv_snow.html)를 클릭해 본다.
"실시간 영상"이라는 메뉴를 열어보면 '하천감시', '월파감시', '적설감시'라는 소 메뉴가 나오고
이는 각각 '냇물'과 '바다'와 '산자락'을 실시간 CCTV 영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적설감시>어승생 을 열어 눈이불 소복히 깔린 한라산 길목을 들여다 보았다. 외로이 선 표지판을
기점으로 양 옆으로 갈리는 도로, 길을 에워싼 숲은 적막하게 겨울을 증명하고 있었다.
월파감시>월정 을 열어 도로가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가운데 가만히 모래밭을 쓸어주는 월정리 바다를
본다.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 화면 오른쪽에는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가 있을 것이었다. 거기서 내주는
뜨끈한 차 한 잔을 감싸쥐고 월정리 바다를 걸었으면 좋겠구나. 마음이 이슥하도록.
올해가 가기 전에 제주엘 다녀와야 겠다. 눈을 감으면 눈물선이 검정을 바탕으로 차올라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리고 천천히 물살을 가를것만 같다.



섬에도 눈이 왔군요. 서울도 아침에 제법 굵은 눈이 내렸는데... 이제 정말 겨울인가 봅니다. 제주 앓이를하고 계시네요. 시간이 닿아 다녀오시면 한숨 돌릴텐데.. 꼭 다녀오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몇 개월 제주를 못 갔더니 결국 향수병에 걸린 거죠...날짜를 알아보고는 있는데 주말이나 휴일편으로 제주가는 편은 이미 꽉 찼더라구요. 어렵지만 평일을 좀 빼서라도 움직이려고 해요.
고맙습니다. 제가 본의아니게...걱정을 끼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