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에세이'에 해당되는 글 5건

  1. 섬의 눈 (2) 2010/12/16
  2. 발간 후의 열흘간 2010/03/29
  3. 게재 예정 및 게재 메체 (6) 2010/03/25
  4. [제주 풍경화 서문] 이타카와 에티카 사이의 여행자들에게 (8) 2010/03/24
  5. 제주 책 발간 일정 (26) 2010/03/16

섬의 눈

from 어떤 홀림, 제주 2010/12/16 12:58

섬에 첫 눈이 내리고 있다고, 전화로 지인이 말했다. 그래? 얼마나? 수화기 속에서는 바람이 나부끼고
통화에 끼어드는 잡음은 마치 처벅처벅 눈 밟는 소리처럼 들렸다. 온 길이 눈으로 덮였어. 차들이 엉금엉금
기고 있고... 꽤 쌓일 것 같네. 마음이 울렁거렸다.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티켓을 끊어 퇴근길에
공항으로 직행해 버릴까. 지난 주부터 몸이 계속 섬을 부르고 있다. 아니 섬이 계속 몸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주지를 바꾸었으며, 낯 설고 물 설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인데도 섬에의 갈증은
가라앉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사무실 책상 뒤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면서,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제주의 것이었으면 했다. 파도가 방파제를 핥으며 도시를 넘보는 탑동의 광장이거나 한껏 높은 하늘 밑으로
구름이 수직으로 쌓이는 어승생의 마당이거나 눈꽃 알알이 부서지며 떨어지는 절물의 한복판이었으면,
모래가 유실될까 해변 가득 검은 그물로 덮은 너머로 물거품 스며드는 협재나 김녕이기를.

제주시 재난대책본부 홈페이지(http://bangjae.jejusi.go.kr//cctv_snow.html)를 클릭해 본다.
"실시간 영상"이라는 메뉴를 열어보면 '하천감시', '월파감시', '적설감시'라는 소 메뉴가 나오고
이는 각각 '냇물'과 '바다'와 '산자락'을 실시간 CCTV 영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적설감시>어승생  을 열어 눈이불 소복히 깔린 한라산 길목을 들여다 보았다. 외로이 선 표지판을
기점으로 양 옆으로 갈리는 도로, 길을 에워싼 숲은 적막하게 겨울을 증명하고 있었다.
월파감시>월정  을 열어 도로가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가운데 가만히 모래밭을 쓸어주는 월정리 바다를
본다.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 화면 오른쪽에는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가 있을 것이었다. 거기서 내주는
뜨끈한 차 한 잔을 감싸쥐고 월정리 바다를 걸었으면 좋겠구나. 마음이 이슥하도록.

올해가 가기 전에 제주엘 다녀와야 겠다. 눈을 감으면 눈물선이 검정을 바탕으로 차올라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리고 천천히 물살을 가를것만 같다.




2010/12/16 12:58 2010/12/16 12:58

진광불휘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지난 한 주간, 저는 조금 분주했어요. 제 책 "제주 풍경화" 발간 후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할 곳이
많았던 까닭입니다. 휴직했던 회사의 임원분들과 동료들, 그간 은혜입었던 분들, 선후배와 친구들, 지인들...
다들 반가이 맞아주시고 연이어 축하주를 건네주셔서 몸 상태가 완전히 '대략 난감'합니다.

그리고 엊그제인 주말을 이용해서는 제주도를 찾아가 기부처 몇 군데에 출간을 알리고 책을 건네드렸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진 축하 술자리의 강도가 아주 높았던 덕분에...제주에서 여러 분을 만나뵈어야
했지만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숙소에 드러누워 예정을 대부분 취소했어요. T-T
많은 분들께 부득이하게 메일이나 전화로 소식을 알려드린 점,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책이 서점에 깔려 친한 블로거분들의 주문을 받고, 목요일 이후에는 신문에도 게재되면서
판매도 좀 더 불이 붙은 것 같습니다. 목요일에 확인했던 것보다 일요일에 확인한 결과가
판매량/판매지수가 훨씬 높아졌네요. 모두들 사랑해주신 덕분이지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전화와 문자(SMS), 댓글을 받았어요. 소식이 끊겼던 오래전 동료들이 연락을
주시기도 했고, 서먹했던 이들과 새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었고, 가까웠던 분들에게서는 과분한
칭찬과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정도만 좀 더 바쁘면...제가 챙겨야 하는 일들은 거의 다 끝날 것 같아요.
바쁘고 빡빡하지만 더없이 행복한 경험이지요. 청해주신 술자리들, 기꺼이 '무리'하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원고를 쓰는 일은 가끔 막막했지만 결국은 즐거운 시간이 되어주었지요.
결과가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깜냥으로 할 수 있는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서 부족했던 것, 새로 알게 된 것, 보완할 것들은 다음 작업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더 나아지도록 할께요. 독서를 넓히고, 공부도 더 깊게 파구요.  

출간 일주일만에 두어 군데에서 새 책 제의도 받았고, 잡지 한 군데에서는 칼럼을 게재하자는 제안도
주셨습니다. 이제 1주일이 지났을 뿐이니...성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바와 욕심일 뿐인 것을
아울러 살펴서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보려고 해요. 

서점 입고가 늦어져 책을 빨라야 수요일, 대부분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받으셨더라구요.
그럼에도 리뷰와 소감을 올려주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감사드리구요. 여기 모아 링크를 걸어놓습니다.
미진한 점도 지적해 주시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충하겠습니다.

책을 쓰고, 책이 나온 것만큼, 다른 분들의 소감이나 독후감을 듣고 읽는 게 아주 큰 기쁨이에요.
고맙습니다. 제 모자란 책이, 적어주신 말씀들 덕분에 좀 더 풍요로와 지는게 아닌가 싶네요.

제주에 다녀와 본 바, 봄바람이 조금씩 북상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저희에게도 곧 그 꽃빛들이 와 닿겠지요.
좋은 한 주 되십시오. 리뷰를 찾게 되면 추가로 여기 덧붙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릴 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몰았어요. 거듭, 거듭 거듭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0. 3. 29. 진광불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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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순서는 올려주신 순입니다. 서운해 하심 아니 되어요. ^^;]


 *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에레혼님의 포스트 : 제주 풍경화

 * 우연의음악님의 Yes24 리뷰 : 삽시간의 황홀, 제주 속으로

 * 깔깔마녀님의 Daum 책 리뷰 : 기특하고 독특한, 그래서 유일한 제주 여행책 

 * 자인님의 포스트 : 작가가 된 내 친구의 첫번째 책 <제주 풍경화>

 * 정현아범님의 포스트 : 제주 풍경화

 * Crazy In My Life님의 포스트 : 제주 풍경화- 정원선

 * eyedaho님의 Yes24 리뷰 : 제주 사람도 잘 몰랐던 제주의 속살

 * 큰곰대장 졸리님의 포스트: 제주 관련 책 추천합니다. 제주 풍경화

                                                                # 혹시 빠진 포스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Daum 책 "제주 풍경화"
http://book.daum.net/detail/price/list.do?bookid=BOK00009923310AL


2010/03/29 08:02 2010/03/29 08:02


진광불휘입니다. (--)(__)(--)

많은 분들이 어여삐 봐주셔서...여러 군데 제 "제주 풍경화"가 걸려 있고, 또 걸릴 예정입니다.
기쁜 마음에 이렇게 정리해 봅니다. 오늘자(3월 24일 23시 현재) 게재가 확정되었거나 이미 게재된 곳들이에요.

* 한겨레신문 3월 27일 11면 북섹션  게재
24일 아침에 한겨레쪽에서 전화를 주셨어요. 책 속의 사진과 문장을 따서 신문에 실을 거라고.
여행책인데 사진이 들어간 것도 좋구요. 고마운 일이지요. 제 책을 잘 봐주셔서 고맙고 기뻐요.
특히 다른 신문도 아닌 한겨레신문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레신문 해당기사 링크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12554.html


* 노컷뉴스(무가지) 3월 26일 신간 소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사드립니다. 책 섹션 메인에, 가장 크게 실어주셨네요. ^^

데일리 노컷뉴스 기사 링크 :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428645

* 한라일보(제주지역신문) 3월 27일 신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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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들고 지칠땐 '착한 제주여행'
$2

떠들썩하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훌쩍 떠나 쉬고 올 수 있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제주도를 소개하는 '제주 풍경화'가 출간됐다.

이 책은 가족을 위한 색다른 관광지로, 연인을 위한 아름다운 여행지로,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즐거운 장소로,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멋진 섬으로 제주를 소개한다. 그래서 제주의 찬란한 바다와 오름, 산과 길뿐 아니라 제주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찌보면 섬의 내면과 거기 붙박여 살아온 이들의 삶이 궁금한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독특한 점은 저자가 모든 장소를 버스만 이용하고 직접 걸어서 가보는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숙소와 식당도 섬에 붙박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 위주로 소개했다. 그 와중에 저자가 발견한 것은 제주를 보고 느끼는 실감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제주에서 많은 비용을 들인다고 해서 제주를 더 많이 누릴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만의 비결이 책 전반에 녹아 있다. 또 제주도 하면 꼭 가보아야 한다는 장소나 어느 순간부터 유행이 되어 사람이 몰리는 올렛길 순례만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숨어 있는 절경을 따뜻하고 감성적인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착한 여행'을 열망한다. 그저 소비하고 써버리는 여행, 쓰레기만 잔뜩 남기고 돌아오는 여행, 대형 자본에 돈을 몰아주고 주는 현지인들을 외면하는 여행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새로운 여행을 꿈꿈다. 섬을 돌아보면서 자기 삶을 아울러 돌아보고, 섬사람들와 유대를 맺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를 숙고하게 이끄는 여행 말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가능한 1회용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 큰 도움이 된다' '숙소에서 물이나 전기를 펑펑 쓰지 않을 것. 제주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하여' '가급적 정해진 길로 다닐 것. 식물도 생물이니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숙소-음식점을 이용할 것. 이윤이 아니라 관계 맺는 일이 인생의 본질이므로' '인사하고 예의를 지킬 것. 존중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 씩 더 가까워지니까' 등이다.

저자 정원선은 이렇게 말한다. "숨을 돌리러 이 땅의 이곳저곳을 다니게 됐다. 그것은 처음에는 관광이었으나 이후로는 여행이 되었고, 차츰 삶의 형식으로 뿌리내렸다. 제주도에 처음 내려간 이래, 삶의 거처를 그곳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고 이는 곧 신념으로 변하였으며, 도시의 더깨를 덜어내고 간결하게 섬 주민으로 살고자 변모하는 중이다"라고. 더난출판. 1만 4000원.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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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있을 때 알았다면 사 봤을 텐데...서울에 돌아와서 본 게 아쉽고 아쉽네요.
꼼꼼하고, 길게 게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주지역 신문에서 알아봐 주신 게 무척 기뻐요.

한라일보 기사 링크 : http://www.hallailbo.co.kr/read.php3?no=326223&read_temp=20100327&section=84 

 


* 월간 사진 5월호 게재 예정
소니/미놀타 DSLR 동호회에서 애써주셔서... 오래된 사진 잡지 "월간 사진"
5월호에 제 책이 소개된다고 합니다. 4월호는 이미 인쇄가 끝나서 부득이 5월호에 실린다구요.
고맙습니다.

* 월간 포토넷 5월호 게재 예정
경북에 계신 사진가 한 분깨서 제 일처럼 뛰어주셔서 제가 좋아하는 사진잡지인 '포토넷'에도
기사가 실리게 되었습니다. 4월호가 아닌 5월호에 실리는 이유는 '월간 사진'의 경우와 같구요.
거듭 고맙습니다.

* Yes24
여행분야 주간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나온지 닷새밖에 안되었는데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지요.

* 영풍문고 강남점
실용분야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습니다. 사진을 찍어왔는데...감사할 뿐이죠.

* 영풍문고 종로점
화제의 신간 20위에 올랐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폰카 몇 장을 찍었어요.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만류하러 오신 직원분께 저자라고 말씀드렸더니 편하게
찍으라 하시더군요. 고마워요.

*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추천도서로 올려주셨어요. 무엇보다 주문을 엄청 해주셔서...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주말 지나면 일간지 추천도서(한겨레 게재)로도 올려주신다고...고맙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종각역점
화제의 신간 코너에도 전시되었고, 여행 도서 베스트 순위에도 올라왔더라지요.
고마운 분들이 책을 많이 사주신 모양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밖에, 인터넷서점들에도 '오늘의 책'으로 걸리기도 했고
교보쪽에도 어디 노출을 집중적으로 해줬다는데...제가 직접 보질 못했어요.
고맙습니다. 확인되면 업데이트 할께요.


그밖에도 일간지 한두 곳, 잡지 서너 곳에서 책 게재를 검토중에 있다고
추가로 보도자료를 요청해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 Daum 책 "제주 풍경화"
http://book.daum.net/detail/price/list.do?bookid=BOK00009923310AL





2010/03/25 11:26 2010/03/25 11:26

제 책 "제주 풍경화"의 서문입니다.
여기 블로그 이름도 제 서문에서 따온 것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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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풍경화(風景話) 서문]  

이타카와 에티카 사이의 여행자들에게

 


서울의 변두리 시장통에서 크지 않은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온 아버지와 어머니는 썩 다정한 편은 아니었지만 자식들에게는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더 해주려고 애쓴 분들이셨다. 우리 집은 꽤 자주 가족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이름난 관광지나 아주 특이한 곳에 가지는 못했어도 부모님들은 달마다 철마다 자식들을 이끌고 이 땅의 여러 곳을 구경시키셨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삶 자체가 워낙 신기하고 독특한 체험인 까닭에 산이나 강, 바다 같은 자연스러운 생태의 본질적 아름다움에는 쉽게 매혹되지 못한다. 그 시절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TV 만화, 요란하게 빛을 내는 장난감, 주산학원에서 자꾸 눈길이 가는 옆자리 여자아이 뭐 그런 것 뿐이었다. 성대가 튀어나오고 코밑이 거뭇거뭇해지자, 나는 가족 여행 따위는 애들이나 가는 거라며(본인도 어린이면서!) 부모님 품을 벗어나 제 방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진학을 거듭하고, 대학을 졸업해 회사원 생활을 시작한 20대까지, 도시는 한 번도 질려본 적 없는, 눈부신 장난감이었다. 제 힘으로 돈도 벌고 삶을 계획하게 되자, 내가 가장 열망했던 것은 넉넉한 소비였고 즐거운 시티 라이프였다. 늘 무언가를 끄적이면서도 가능한 말쑥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정보에 예민했고 문화적 취향으로 사람을 구분했다. 하루종일 형광등 불빛이 켜져 있는 창백한 사무실에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소모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그저 휴가를 가장 폼나게 즐기는 방법에 지나지 않았다.

 

30대 중반까지 여러 일을 했다. 연봉이 오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삶은 이상하게 점점 더 빠듯해져 갔다. 통장의 잔고는 불어났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시나브로 명백해지는 것이었다. 늘 붐비는 서울, 대형 통창으로조차 한 풍경도 건질 것 없는 도시의 더러움과 삭막함은 마음을 점점 더 그늘지게 했다. 관리직으로 승진하면서 시간적 여유와 약간의 풍요를 얻었는데도 서울에서 사는 인생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15년 전, 항공-호텔-버스여행 패키지로 처음 찾은 제주는 그저 답답한 서울 삶에서의 도피였다. 여행사 팻말 아래 뭉쳐 아침부터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관광지로 몰려다니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밤에 탑동의 호텔로 돌아와 바깥으로 내다보이는 바다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아까워서 눈을 붙이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일만으로 삶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한심한 일에 시간을 쏟고 있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눈 앞에는 감람색 제주 바다가 홀연히 떠오르곤 했다. 중독은 그렇게 항상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는 법이다. 달마다 철마다 제주행 비행기표를 끊던 나는 차츰 제주에 내려와 있는 일정을 더 이상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대상은 물론 결국은 제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되는 일이다. 서울에 있는 동안 항상 제주에 목말라 하면서 그 갈증을 제주에 대한 지식으로 채울 방법 밖에는 없었다. 책을 찾아 읽고, 공부를 하고, 내가 알고자 하는 것들과 느낀 것들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제주를 찾으면서 그것이 맞는지 어떤지 확인하는 작업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제주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서는, 내가 여행자의 관점에 치중해 무언가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싶어 회사를 휴직하고 제주에 내려가 한참을 살았다. 섬의 사회 문화 역사를 배우는 데 더해 책임여행과 윤리적 소비에 대해서도 관심분야를 나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당신의 여행을 보다 살갑게 하는 데 쓰여지겠으나 그것과 더불어 섬의 아름다운 생태를 지키고, 섬 사람들과 지속가능한 유대를 이루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을 품고 있다. 인세의 20%는 제주 참여환경연대, 4.3연구소 등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뜻하게 아우르는 시민단체들에 기부된다. 앞으로 그 비율은 꾸준히 더 높아질 것이다.

 

책에 소개된 장소들은 유명한 곳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다. 오름과 산과 바다와 길들을 느낀 바를 바탕으로 앎을 더해 가능한 정직하게 쓰려고 애썼다. 제주에 사는 동안, 버스만 이용하면서 여기 쓴 모든 꼭지들을 걸어서 가 보는 확인 작업을 거쳤다. 숙소와 식당도 섬에 붙박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 위주로 소개했다. 그 와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그러면 그럴수록 제주를 보고 느끼는 실감이 높아지고 비용은 줄어든다는 점이었는데 최소한 이 섬에서는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제주를 더 많이 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것이 다른 일에도 똑같이 통용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이 책은 착한 여행을 열망하고 있기도 하다. 그저 소비하고 써버리는 여행, 쓰레기만 잔뜩 남기고 돌아오는 여행. 대형자본에 돈을 몰아주고 현지인들을 외면하는 여행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섬을 돌아보면서, 자기 삶을 아울러 톺아보고, 섬 사람들과 유대를 맺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를 숙고하게 이끄는 여행 말이다. 우리가 건너오고 싶어 안달하는 곳(Ithaca)과 인생이 가져야 할 윤리(Ethica) 사이의 여행이 어떤 의미에서는 바로 삶이니까.

 

그리하여 몇 가지 당부를 덧붙이자.
가능한 1회 용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 물병을 가지고 다니면 큰 도움이 된다.
숙소에서 물이나 전기를 펑펑 쓰지 않을 것. 제주 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하여.
가급적 정해진 길로 다닐것. 식물도 생물이니까.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숙소-음식점을 이용할 것. 이윤이 아니라 관계맺는 일이 인생의 본질이므로.
인사하고 예의를 지킬 것. 존중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더 가까워지니까.

 

마지막으로 고마운 분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맨 처음, 사소한 기록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의를 주시고 끝까지 이런저런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김선 님. 글이 책의 형태를 갖추게 되기까지 세세한 부분을 꼼꼼하게 챙겨주신 김명효 편집자님. 여행책의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권희진 디자이너님. 제주와 서울에서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주신 홍영주 형님. 제주에 있는 동안 생활을 챙겨준 Daum 서비스의 정기영 센터장님. 강정 바다와 제주 환경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르쳐주신 참여환경연대의 고유기 처장님과 김아현 정책국장님. 원고 교정에 큰 도움이 된 배영란님과 블로거 이담님. 그리고 하나뿐인 내 가족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를 넘어, 살아있는 모든 생명과 가이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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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 책 가격비교
http://book.daum.net/detail/price/list.do?bookid=BOK00009923310AL

2010/03/24 10:41 2010/03/24 10:41

진광불휘입니다. (--)(__)(--)

제가 쓴 제주여행산문집 발간이 몇일 늦어졌어요.  저자교정을 3번에 걸쳐 보느라고 시간을 더 쓰기도 했지만,
출판사쪽에서 제일 좋은 종이(1급 모조지)를 쓰자면서 해외로 종이 주문을 넣었는데 그게 이번에 지진피해가
일어난 칠레였던 까닭('칠레 지진 불똥에 펄프/제지업체 희비 엇갈려' 기사 참조)에 수급이 늦어져 그렇게
되었습니다.

최종 출간일은 3월 19일 금요일 입니다. 그날 온/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풀린다고 하네요.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들은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바로 매장으로 배포하는 게 아니라
인수처에서 책을 확인하고 서점이 원하는 분야로 구분해 바코드를 붙인 후 각 매장으로 다시 내보내기 때문에
하루 정도 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다음주부터는(3월 22일~) 거의 모든 서점에서
책을 찾아볼 수 있을것 같아요.


책 제목은 "제주 풍경화"에요. 너무 말랑말랑하다 싶었지만 시장 독자 조사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어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총 페이지 수는 336쪽, 정가는 14,000원입니다. 원래는 360~380 페이지수에
15,500원이었지만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좀 큰 판형을 썼고,그래서 350쪽을 넘으면 너무 무거워지더군요.
가격도 가능한 낮추자고 의견을 모아서...그렇게 정했습니다. 

제 책을 서점쪽에서 비소설로 구분할지, 여행취미쪽으로 잡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교보처럼 이중으로
양 분야에 걸쳐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한 카테고리로만 지정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결국 분야는
서점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제목은 말랑말랑한 편이지만, 표지는 좀 차분하게 나올 듯 합니다. 저는 시원시원한 바다 사진들을
표지에 배치하길 바랬는데, 출판사쪽과 디자이너분들은, 제주바다에 고리모양으로 둘러쌓은 돌벽(石城)인
'환해장성(環海長城)' 사진으로 의견이 일치해 그쪽으로 양보했어요. 아무래도 표지나 제목에 대한 감각은
쭉 책을 업으로 삼고 일해온 분들의 생각을 따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요.

책이 나오면, 그때 다시 정식으로 출간 포스트를 쓰겠습니다.
기분좋은 한 주 되시구요.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이만 줄입니다. 섬의 가장 남쪽에서부터 올라올 봄인사, 꽃소식을 기다리면서.





                                                                                                     - 2010. 3. 16. 진광불휘 올림




2010/03/16 19:06 2010/03/16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