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사랑하는 한국의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인 홍상수의 신작 "하하하"는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유쾌한 작품일 것이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본 후
"우울한 영화"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장면에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직업 없는 백수 조문경(김상경 분),
직업 있는 백수 방중식(유준상 분)이 통영에서 만나는 왕성옥(문소리 분),
안연주(예지원 분), 강정호(김강우 분), 노정화(김규리 분) 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진지해서 되려 폭소가 터지지만 등장인물들에게는 더없이 심각한
블랙코미디를 벌인다. 영화는 동일한 장소와 동일한 시간, 동일한 인물을
서로 엇갈리며 사랑과 시와 치정을 변주하는데,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언제나 한 가지로 엮이면서도 그 어느 것으로도 머물지 않는다.
홍상수는 지식인을 혐오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그이상 인간이라는 종 자체를
불모의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런데 그 혐오나 업신여김의 근본은
언제나 기억의 왜곡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즉, 홍상수는 루이스 브뉘엘이 말했던
"기억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우리들의 기억은 우리들의 일관성이자
우리들의 이성이며, 우리들의 행동이며, 우리들의 감정이다. 기억 없이는,
우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란 발언을 거꾸로 적용하는 듯이 생각된다.
홍상수는 왜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이 비참한 희극을 연기하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끝없이 반복 변주하는 것일까. 그것은 강정호(김강우 분)의 대사처럼 "아무리 유치해도
내 길을 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조문경(김상경 분)의 말처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한 연습인 것일까.
변화는 진화일까. 진화는 관념일까. 관념은 영화일까 또는 내 자신일까.
이 영화는 조문경(김상경 분)과 방중식(유준상 분)의 호접몽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저 술자리의 넋두리를 액자로 다시 꾸민 메타텍스트일까. "하하하",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다.
점점 발랄해지는 그의 영화들, 참으로 신기하다.
꼭 보고 싶은 영환데 통 보러갈 시간이 안나네요..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고나면 꼭 술이 땡겨요...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 되는데...자주 폭소가 터져서 실제보다는 더 짧게 느껴져요. 그리고 이번에도 영화 속에는 술과 모텔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구요.
홍상수는 계속 지방의 명승지를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찍고 있어서, 아닌게 아니라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여행 후의 술자리 같은 게 필요하다고 느끼곤 해요. 그의 영화를 논하면서, 쭈욱 들이키는 술잔은 입에 쩍쩍 달라붙지요. ^^